30년 내공의 삼동 일곱가마 도심 나들이
상태바
30년 내공의 삼동 일곱가마 도심 나들이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09.27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청암요 장상철 ‘회령백유화병’
▲ 지랑요 신봉균 ‘진사요변호’
▲ 왕방요 신용균 ‘황금색분청요변대호’
▲ 백상요 이충우 ‘분청요변호’
▲ 삼동요 이인기 ‘회령화병’
▲ 조일요 정재효 ‘분청 제기’
▲ 하잠요 김경남 ‘흑유 찻그릇’

울주군 삼동면에는 전통과 현대의 도자세계를 구현해 온 일곱 개의 작업장이 있다. 30년 전부터 사기장들이 하나 둘씩 모여 터를 잡고 살아왔다. 왕방요(신용균)·조일요(정재효)·지랑요(신봉균)·청암요(장상철)·삼동요(이인기)·백상요(이충우)·하잠요(김경남)다. ‘삼동의 도예가들’은 울산 시민들에겐 아직도 낯설다. 하지만 전국의 다도인과 도자예술계에선 ‘삼동’과 ‘도자’를 모르는 이가 드물다. 그 곳의 그들을 찾아오는 방문객이 적지 않아, 삼동의 가마는 일년 내내 쉴 새 없이 불을 피워야 할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교류를 삼가하던 그들이 실로 오랜만에 도심으로 나온다. 29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장에서 ‘삼동의 도예가들’ 전시가 시작된다.

전시장엔 1300도 가마에서 탄생한 도자기들이 선보인다. 모시적삼을 입은듯 순박한 분청, 금방 시집이라도 갈듯 화장한 진사, 작은 먼지 한톨도 용납하지 못하는 백자는 물론이고 항아리, 다기, 화병, 대접, 다완 등 모양이나 쓰임새 역시 다양한 도자들이 나온다.

백상요 이충우의 분청에는 수도자와 매한가지인 사기장의 삶이 담겨있다. 그저 나무를 준비하고 불을 지키는 오롯한 마음을 닮았다. 그는 전통가마에서만 볼 수 있는, 질박한 불의 느낌은 분청이 제일이라고 했다.

하잠요 김경남의 찻잔은 도예와 다도가 시나브로 스며드는 인생을 담아낸다.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문양이 아닌 형태로 다가온다. 편안함과 안정 그리고 긴장감을 동시에 주는 그릇이다.

삼동요 이인기는 스스로 행복하고 즐겁기 위해, 그렇게 만든 그릇에 기뻐하는 이들을 위해, 치밀함과 열정 그리고 섬세함으로 그릇을 만든다고 했다. 장작불의 기운에 그같은 사기장의 마음까지 담아낸 그릇을 보여준다.

청암요 장상철은 전통가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대감을 들려준다. 그의 차도구는 차맛을 잘 내야한다는 본질에 충실할 뿐 흙과 유약과 불의 조합이 나타나는 재료 본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랑요 신봉균은 전통의 맥을 잇는, 아버지에게 배운 그대로 정직히 만드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땅에 굳게 뿌리를 내리려는 성정을 담은, 묵직하면서도 정감 있는 그릇을 보여준다.

조일요 정재효는 전통에 더해, 백자에 분청의 기법을 더하고 분청에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현대도자세계까지 보여준다. 아름다우면서도 본연의 쓰임을 다하는 그의 그릇은 장작가마 고유의 미세한 질감이 특징이다.

왕방요 신용균은 부드러우면서도 두터운 질감,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도자를 선보인다. 한 그릇을 네 번 굽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는 성실함과 집념이 빚어낸 도자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최근 삼동을 답사해 그들 삶을 구술기록한 노경희 울산대 교수는 ‘수백 년 전 조선의 가마터였던 곳에 오늘날 다시 전통가마를 고집하는 일곱 명의 사기장들이 모여 살고 있으니, 이 땅과 그릇의 인연도 보통이 아니다. 그 옛날 조선의 사기장들이 그릇을 굽기 위해 불을 때던 것처럼 오늘도 삼동에선 소나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고 했다.

10월4일까지.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