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사진전을 갖는다. 10월1일부터 12월12일까지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
이번 전시는 영화연출로 한국영화의 중심에 선 그를 사진가로 마주하는 자리다. 우리가 잘 몰랐을 뿐 사실 그의 사진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6년 ‘아가씨’를 찍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엮어 ‘아가씨 가까이’라는 사진집을 냈었다. 2017년엔 서울용산CGV아트하우스의 박찬욱관에서 분기별로 사진을 교체하는 릴레이 작품전도 진행했다.
‘어쩌면 풍경이고 정물이고 간에 모든 사물을 초상사진 하는 기분으로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피사체가 되신 그 분의 신분과 성격, 삶의 역정, 지금의 기분과 표정을 담아내는 것이다. 내가 세상 만물과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 이러하다.’(박찬욱)
대상이 풍경일 때도, 정물일 때도, 혹은 딱히 불리는 이름도 없는 잔해일 때도 박찬욱은 피사체의 ‘눈동자’를 찾아낸다. 그렇게 눈을 맞춰 대상의 표정을 읽어낸다. 아름답고자 하지 않는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미의 범주를 반문한다. 영화감독이 아닌 사진가 박찬욱에게 포토제닉한 아름다움이란 지배적 가치체계나 관습적 미감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나 우리가 잠시 멈추고 현상 자체를 존중한다면 카메라의 위력을 빌어 발견할 수 있는 ‘여리지만 의연한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작품에 시대성을 담는 감각을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단련해왔을 박찬욱은 오늘의 우리가 주변의 익숙한 풍경 속에서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확장해나갈 단초를 제공해준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