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 이후 다각도로 고층건축물에 대한 화재안전대책과 예방책 등이 마련·추진됐지만, 건축법 개정 등 여전히 미흡한 사항도 남아있다. 본보는 화재 발생 1년을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보수공사 진행상황, 재입주 시점, 화재 이후 마련된 고층건축물 화재안전대책 진행사항과 미흡한 점 등을 짚어본다.
◇1년째 불 꺼진 아파트, 이재민들 보금자리 돌아갈 날 고대
5일 찾은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1년 전 화재로 생긴 상층부의 그을음은 여전히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했다. 건물 주변으로는 보수·보강공사를 위한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고 건물 외곽에는 외벽을 따라 비계가 설치돼 작업자들이 화재 피해를 들어내는 데 한창이었다.
이 아파트에서는 화재 이후 1년동안 불이 켜지지 못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지난해 화재 이후 LH 임대주택이나 지인 집 등 임시 거처를 마련해 생활중이다.
이 아파트에서는 전체 146가구 중 16가구가 전소됐고 8가구가 반소됐으며 106가구가 부분 피해를 봤다. 당시 90여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경상을 입었으나, 사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저층부에서 시작된 불은 강풍을 따라 상층부로 옮겨붙으면서 피해는 상층부에 집중됐다. 진압과정에서도 피해는 발생했다. 특히 기계·소방시설의 경우 급수관이나 오·배수관, 냉·난방설비 등이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보수·보강공사는 관계기관의 인허가 승인이 늦어지면서 우여곡절 끝에 화재 이후 10개월여만인 지난 8월부터 시작됐다. 현재 건물 외부에 비계설치를 완료했고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외부 판넬과 커튼월(하중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칸막이 구실의 바깥 벽) 철거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교체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화재 피해 가구 대상으로는 기둥과 보, 슬라브 등 구조체 보강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비대위는 내년 4~5월 재입주를 목표로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비대위는 오는 8일 보험사 측과 만나 공용부 보험금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대부분 임대주택이나 개별적으로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현재 14층 밑으로는 비계설치가 끝났고 화재 원인이 됐던 외부 판넬은 모두 교체 예정”이라며 “이번주 중에 15층 위로도 비계설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4월께 공사가 마무리되면 재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층건축물 화재안전대책 경계심 강화
삼환아르누보 화재 이후 울산에서는 고층건축물 화재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건축법 개정 전 준공돼 사각지대로 있다가 화재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 가연성 외벽이나 70m 고가사다리차가 없어 화재 대응에 애를 먹었던 점, 대피층 의무화 완화를 통한 건축법 개정 등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규모가 큰 화재였기 때문에 동시에 각종 안전대책도 일사천리로 마련됐다.
울산에는 고층건축물에 해당하는 30층 이상 건축물이 33곳 있다. 화재 이후 울산지역 소방서에서는 고층건축물 화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담소방대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또 고층건축물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마련, 성능 위주 설계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층을 반영하도록 하고 고층건축물의 민관 합동점검, 고층건축물 대상별 맞춤형 화재대응 매뉴얼 발간, 고층건축물 화재대비 전술훈련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 한목소리로 제기한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올 연말께는 울산에 70m 고가사다리차도 배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옥상공간이 화재때 임시 대피공간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옥상출입 안전기준 개선대책도 세워 각종 안전기준을 마련했다.
소방본부는 울산시와 5개 구·군, 대한건축사협회 울산시건축사회 등에 협조공문을 발송하고 앞으로 새로 짓는 모든 건축물의 건축허가 때 이를 반영하도록 했다.
주요 개선내용은 건축설계 때 옥상과 엘리베이터 기계실 출입동선을 분리하고 계단 최상부가 항상 옥상층이 되도록 구조적 안정성 확보, 엘리베이터 기계실 등은 옥상출입문을 통해 외부에서 출입 가능한 별도 계단과 출입구 설치 등이다.
또 엘리베이터 기계실 등이 불가피하게 건물 층수에 산입되는 경우, 그 출입구에 관계자만 출입 가능한 철제문을 설치하도록 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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