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서도 읽혀질 만큼 크고 명확하다.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일본작가 무라카미 사토시의 작업이다.
제목을 살펴보니 ‘이주(移住)를 생활하기’라고 소개 돼 있다. 우리의 말하기 습관과 다소 동떨어진 듯 느껴진다. 하지만 어순이 틀린 건 아니다.
‘이주(移住)’라는 말은 본래 살던 집에서 다른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는 것, 좀더 의미를 확대할 경우엔 외부의 상황에 적응하기 위하여 이제껏 살던 곳과 같은 환경을 찾아서 옮겨 사는 일이라는 뜻이다.
제목의 의미는 그러한 ‘이주’가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일상처럼 빈번하게 이어진다는 것, 혹은 그렇게 한번 해 본다는 것이다.
작가는 ‘삶의 기반은 생각 이상으로 연약하다’는 발상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도했다고 한다. 동일본 지진이 지나 간 어느 날, 작가는 더 이상 월세를 내며 평범하게 작업하고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2014년 4월부터 ‘이주(移住)를 생활하기’를 시도하며 지내왔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집을 이고 다니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0년 같은 제목으로 도쿄에서 시도한 삶의 일부를 보여준다. 새하얀 컨테이너 속으로 들어가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작가가 기록한 영상을 볼 수 있다. 17분11초 분량의 이 영상물이 그 속에서 하루종일 무한반복된다. 자막으로 이해되는 작가의 행위는 머물 곳을 찾기 위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을 계속해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수식어에 의존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자고 먹는 일을 쟁취해가며 계속해서 걸어가는 작가를 비추는 카메라는 물리적인 이주를 보여줄 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실존의 의미를 잠시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글·사진=홍영진기자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