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북구 상안동 한갑생(68)씨의 부추밭은 지난 9월 태풍 찬투로 인해 인근 상안천이 범람해 부추밭을 덮쳤다. 12시간 가량 침수되면서 지금 시기라면 무릎 높이까지 자랐어야 할 부추는 절반 정도 성장하는데 그쳤다. 한창 자라야 할 잔뿌리가 썩고 줄기가 눕는 피해도 발생했다.
한씨는 “25년간 부추농사를 지으면서 이번처럼 크게 비피해를 입은 것은 태풍 차바 이후 두번째다”며 “부추 줄기가 녹아버리면서 평년보다 출하시기가 2달 가량은 늦춰지고, 생산량도 절반 수준에 그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부추의 경우 통상 11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4~5번 베어내 출하하게 된다. 하지만 제철인 12월부터 2월까지 가장 가격이 비싸고, 3월부터는 제철 시세의 반값으로 떨어진다. 즉, 출하시기가 늦춰질수록 농민들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구와 북구지역 50여개 부추농가 대부분도 가을철 잦은비로 생육에 지장을 겪고 있다. 이에 올해 출하시기는 평년보다 2주 가량 늦춰진 12월 초로 예상되며, 생산량도 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추 뿐만이 아니라 배추와 고추 등 수확철을 앞둔 농작물들도 병해 피해를 입었다.
이날 북구의 한 농가의 배추는 겉보기에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잎사귀를 들춰보니 밑동이 물러 짓이겨져 있었다. 배추의 밑동부터 시작돼 포기 전체가 썩게 되는 ‘무름병’은 가을철 잦은 비와 고온이 원인으로, 해당 밭의 배추 절반 가량에서 발생했다.
농민 이모씨는 “지금부터라도 비가 덜오면 그나마 안 좋은 것은 솎아내고 먹을 수도 있지만 포기 전체로 퍼지면 전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배추농가 대부분은 소규모로 자가소비용 혹은 로컬푸드 판매용으로 재배되지만, 전체 재배면적의 절반 가량에서 무름병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소농협 관계자는 “배추의 경우 한번 무름병이 발생하면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 올해 가을장마와 늦더위 등 기상이변으로 고추도 곰팡이균에 의한 백엽고병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며 “대부분의 농가들이 예년에 비해 생산량이 2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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