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장은 자석이나 전류, 변화하는 전기장 등의 주위에 자기력이 작용하는 공간을 말하는데, 모터와 발전기 등 생활 및 산업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고자기장은 자기장을 한층 강화한 개념이다. 고자기장 연구는 기초과학 활용 및 산업 응용에 필수적인 요소로, 에너지는 물론 생명과학과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첨단 분야다. 울산시는 고자기장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해 초광역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 구축을 대선공약 울산 건의 과제에 포함시켰다.
◇제조산업 혁신 주도 ‘게임 체인져’
고자기장 연구 시설은 방사광가속기, 중성자 산란 실험장치와 함께 현대 응집물질 물리 분야의 3대 핵심 연구시설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는 고자기장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인프라가 없어 원천기술 개발에 한계를 겪고 있다.
정부는 ‘2040년을 향한 국가과학기술 혁신과 도전’이라는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고자기장 기술 적용시 사례를 언급하며 초광역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시는 고자기장 기술이 미래 첨단과학 실현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고자기장을 활용한 극한 기술을 개발할 경우 제조산업 혁신을 주도할 게임 체인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와 교통, 의료·바이오 등 국가산업 분야 혁신 창출의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고자기장 기술을 활용할 경우 지역 연관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원·광주와 연대 유치 추진
시는 중부권으로 분류되는 강원, 서남권인 광주와 연대해 초광역 협력 모델로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예상 총 사업비가 1조원에 달하는데다, 응용 분야가 많아 단일 지자체가 유치하기에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시는 강원·광주와 함께 초광역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 구축 기획 연구를 내년 2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시의 구상에 따르면, 사업은 대전에 위치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총괄한다. KBSI는 연구 인프라 구축 및 연구지원 시설 운영을 담당한다.
울산은 에너지 중심 고자기장 연구 시설을 구축해 운영한다. 핵심 대상 기술은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용 기술, 고효율·고출력 전기 추진 기술,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술, 대전류 초전도 도체 기술 등이다.
강원은 의생명 중심 고자기장 연구 기반 시설을 구축한다. 다용도 의과학 영상진단 장비 기술과 암 치료용 입자가속기 기술, 다목적 의료방사선 싸이클로트론 기술 등을 연구한다.
광주는 신소재 중심 고자기장 연구 기반 시설을 맡는다. 신소재 및 바이오 신물질 연구를 위한 고자기장 장비 기술, 고자기장 기반 기초 전력 시스템 원천 기술, 극저온 냉각 기술 등을 연구·개발한다.
강원과 광주는 울산과 마찬가지로 이 사업을 대선 지역 공약에 이미 반영했다.
◇‘핵융합’ 기술에 거부감 생길수도
고자기장 연구는 미래 신사업 8대 핵심 선도 사업 중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헬스, 미래 교통수단 분야의 혁신 성장을 가속화하는 핵심 기반 기술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남권-서남권-중부권의 초광역 연계 협력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차세대 그린뉴딜의 핵심 기술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전력 사용량에 대응하고 국제 사회의 탄소 저감 노력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 바이오 장비 원천기술 개발로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명분도 있다.
시는 고자기장 연구 장비 개발 구축을 통해 신물질의 개발 등 관련 연구 분야 진흥과 연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응용 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되는 등 대선 공약 채택에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고자기장 기술이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공약 채택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탈핵울산시민연대는 지난 6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형원자로 및 인공태양 개발 지원’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 울산시당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며 핵 발전용 기술 개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고자기장 기술은 국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지만 국내 연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비용·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며 “국가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시급히 마련돼야 하는 국가 R&D 혁신 기반인 만큼 반드시 대선 공약에 반영해 울산 유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