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휴대전화로 강제로 촬영하면 범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항소2부(황운서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에게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오전 6시40분께 사다리를 이용해 울산 남구의 한 원룸 창문으로 들어가 방 안에 속옷 차림으로 있던 자신의 아내 B씨와 남성 C씨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폭행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은 불륜 장면을 확인할 목적이었고, 촬영된 장면도 특정 신체 부위가 아니기 때문에 성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5초간 촬영된 영상에 성행위 등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장면이 없다는 점도 무죄 근거로 삼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B·C씨가 속옷만 입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도 촬영했고, B씨는 이불로 얼굴을 가리는 등 수치스러움과 공포감 등을 느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룸에 침입해 신체를 촬영한 A씨 행위로 B·C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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