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안착될 수 있을까]처벌 피할 방법부터 고심, 입법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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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안착될 수 있을까]처벌 피할 방법부터 고심, 입법취지 무색
  • 정세홍
  • 승인 2022.01.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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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본격 시행도 전에 각종 미비점을 지적하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법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법 시행으로 인한 파장을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데다 시행 이후에는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영계도 노동계도 개선 촉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7일 발표한 2022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서는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응답이 68.9%를 차지했다. 또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노동법 1위로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꼽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전경련은 전국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05개 기업의 인사ㆍ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서도 새 정부가 가장 개선해야할 노동 과제로 중대재해처벌법(28.6%)이 1위를 차지했다.

중소기업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의무사항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곳이 50%를 넘었고 가장 시급하게 보완이 필요한 점으로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경우 처벌 면책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응답이 74.5%로 가장 높았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빈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후퇴했다고 비판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산재예방이 아닌 처벌에만 중점을 두면서 기업들이 바지사장이나 안전담당이사 선임 등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등 꼼수만 골몰하고 있다는 이유다.

김재인 한국노총 울산본부 노동사회본부장은 “현재 상황은 산재 예방보다는 처벌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도 유예됐는데 함께 적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 투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며 “근본적으로 법 자체가 산재를 막자는 측면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인식 전환과 시행 후 법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호한 조항·문구들 명확히 해야

법조계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경영책임자의 의무나 책임을 규정한 조항이 모호하고 원·하청 관계에서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파견근로자를 상시근로자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데다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후 관련 사건들과 법적 다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사기관의 인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존에 고용노동부가 해오던 행정처분과 법 시행 이후 진행될 사법 수사의 차이점 등을 우려하며 절차적 적법성이나 정당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고용부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고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검찰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건설·산업 현장 대다수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산재해 있어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역시 대부분 지방 검찰청이나 지청으로 송치될 가능성이 높은데 일선 지청에 이러한 사건들을 다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울산의 한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인데 원칙적으로 책임의 원칙은 행위자에게 있다. 그런데 도급이나 하도급을 줬을 때 실제로 행한 사람은 도급을 받은 사람이지만 사고가 나면 하청을 준 대기업에게 형사처벌을 내린다는 건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법 자체가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해석론에 맡겨져 있는 책임의 주체 부분부터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부분 등까지 모호한 사항들을 명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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