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영의 마음건강(23)]구체적인 목표 설정하고 소단위로 나눠 실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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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영의 마음건강(23)]구체적인 목표 설정하고 소단위로 나눠 실행을
  • 경상일보
  • 승인 2022.01.2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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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실에서 공부나 일에 집중이 안 된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울이 심해 에너지가 부족할 수도 있고, 걱정과 불안으로 방해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면 집안일이나 친구를 만나는 것도 잘 안 됩니다. 반대로 일상적인 일들은 문제없이 해내는데 졸업 논문과 같은 누구나 어려워하는 일에 평소보다도 더 집중을 못해 좌절하게 된다는 학생들도 만납니다. 혹시 말로만 듣던 성인 ADHD가 아닌가 걱정이 된다며 찾아옵니다.

여행 계획도 잘 세우고, 물건도 잘 챙기는 사람이 논문을 잘 쓰지 못한다고 해서 집중력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아마추어 대회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고 운동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회사를 잘 다니던 사람이 사업에 도전하려면 다른 능력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어려운 도전을 하려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멋진 외모, 많은 돈, 풍부한 지식, 뛰어난 운동능력 등 누구나 좋아하는 것만 나열해도 끝이 없습니다. 외국어를 배운다거나, 멋진 요리를 할 수 있는 능력도 마법처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없겠죠. 하지만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돈이 많아서 효율적으로 배우더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순위가 필요합니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아는 것과 연결됩니다. 표준화된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게 중요한 가치를 깨닫고 목표와 연결시킬 때 의욕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노래를 통해 감동을 주고 싶다는 목표를 가진 소년을 생각해봅시다. 음악이나 문학에는 관심을 보이는데 역사 공부에는 흥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우연히 뮤지컬 작품을 통해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의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역사 점수가 잘 나와야 원하는 전공에 합격하는 상황이 되면 잠시나마 없던 의욕이 생길지 모릅니다.

목표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무원, 대기업 사원, 의사, 교수 등 직업을 나열하는 것은 구체적인 목표가 아니라서 의욕을 끌어내기 힘듭니다. 시골에서 취약 계층을 돕는 공무원의 삶과 중앙부처에서 바쁘고 경쟁적인 일을 하는 공무원이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묘사할 수 있다면 비슷한 분야로 방향을 바꿔가며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수월해집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작은 단위로 나누면 좋은 계획이 됩니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형태로 쪼개야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처럼 정해진 기간 안에 최대의 결과를 내는 것에 익숙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인생에서는 기한도 스스로 정하고 변경하기도 합니다. 예고 없이 기한이 주어질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을 위해 체중감량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식단, 운동 등을 건강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면 체중계의 눈금은 간접적인 지표가 됩니다. 반대로 배우가 배역을 위해 정해진 기간에 체중을 줄이거나 늘리기도 합니다. 건강이 목적이라면 한 달에 몇 kg을 빼는 것은 좋은 계획이 아닙니다. 그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식단과 운동을 개선하는 행동이 집중할 수 있는 계획입니다.

운동이든 공부든 하루와 같은 작은 단위로 계획을 쪼개고 반복해야 집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을 때는 큰 에너지를 쏟으며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운동을 처음 할 때는 신경 쓸 것도 많고 몸도 피곤하지만 익숙해지면 덜 피곤하고 평상시 체력도 좋아집니다. 김연아 선수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화면이 기억납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냐는 질문에 그냥 하는 것이라는 답이 유명해졌습니다. 매일 하는 훈련을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할 때처럼 긴장하고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면 금방 지칠 것입니다. 반복된 실행으로 익숙해져야 집중하는데 에너지를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하며 해낸 작은 실행들에 성취감을 느껴야 합니다. 이는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저 멀리 있는 금메달이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잘게 쪼개놓은 계획을 충실히 실행에 옮긴 자신에게 칭찬이라는 보상을 줘야 합니다. 결과가 아니라 노력에 칭찬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어쩌다 결과가 조금 좋지 않아도 계속 시도하고 집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치나 목표를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주변의 권유로 별 생각 없이 시작한 일이더라도 점차 매력을 느끼면서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인생 계획과 어우러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반대로 좋은 학벌, 특정 직업을 가져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며 수동적으로 주어진 목표는 의욕을 가지고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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