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운의 울산현대史]공업도시 지정뒤 종종 울산 찾은 박정희 ‘부전장’ 계기로 인연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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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운의 울산현대史]공업도시 지정뒤 종종 울산 찾은 박정희 ‘부전장’ 계기로 인연 지속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2.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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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고 박정희 대통령은 울산공단 시찰 후 당시 박정인 울산 초대 경비사령관 관사였던 부전장에 들러 브리핑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곤 했다. 부전장은 지금도 선암호수공원에 옛 건물 그대로 남아있다.

본보는 울산의 도시 정체성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과 과제를 가늠하는 연재 기획물을 해마다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올해는 ‘장성운의 울산 현대사’를 시작합니다. 필자는 이전에도 ‘인물로 읽는 울산 유사’(2012~2018)를 연재한 바 있습니다.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처 밝히지 못한 후일담과 뒤늦게 발굴한 일화 등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새로운 울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울산시 남구에 있는 선암호수공원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태화강국가정원, 울산대공원과 함께 울산을 대표하는 명소다. 이 공원은 처음에는 울산공업단지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했던 댐이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 선암호수공원에 있었던 ‘부전장’에 들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대통령은 울산이 공업 도시가 된 후 한국알미늄과 한국비료 등 큰 공장이 건립될 때마다 공장에 들러 현장을 둘러본 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공단에서 멀지 않은 부전장에서 공단 관련 브리핑을 듣고 휴식을 취한 후 부산을 통해 서울로 갔다.

부전장은 1969년 박정인 초대 울산경비사령관이 자신의 관사로 지었다. 부전장이 건립되기 전만 해도 박대통령은 울산에 오면 삼산벌에 있던 울산호텔에 머물렀다. 울산호텔은 1964년 건립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주변이 대부분 논밭이어서 호텔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었다. 또 호텔을 드나드는 외국인들이 많아 경호가 힘들었다.

▲ 부전장 머릿돌,
▲ 부전장 머릿돌,

이에 비해 부전장이 있었던 선암호수공원은 당시만 해도 댐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또 댐 동편을 제외한 다른 쪽은 산이 감싸고 있어 대통령을 안전하게 모시기에 그보다 좋은 장소는 없었다. 부전장은 일자형 건물로 건물 중앙에 큰 마루가 그리고 마루를 중심으로 주방과 방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건물에는 사령관이 평소 사용했던 3개의 방 외에도 2개의 방이 더 있어 박대통령이 이 건물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경호원들이 평소 박사령관이 사용하지 않았던 2개의 방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박사령관은 울산을 떠난 후에도 박 대통령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다. 박 사령관은 1960~1970년대 군생활을 했던 장병들에게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군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가 통일되려면 남한이 소극적으로 북의 남침을 막는 방법이 아니라 남한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사령관의 용맹스러움은 관사 이름인 ‘부전장’에서도 알 수 있다. 부전장의 ‘부’(赴)는 ‘나아갈 부’자고 ‘전’(戰)은 ‘전투’를 의미해 ‘전장에서 물러서지 말고 전진’하라는 뜻으로 ‘임전무퇴’의 화랑정신을 담고 있다.

1928년 함경남도 신포에서 태어나 공산당이 싫어 해방과 함께 남한으로 왔던 박사령관은 육사 6기로 사관학교 졸업 후 군 요직을 두루 거쳐 ‘백골부대’로 잘 알려진 육군 3사단장이 되었다. 박사령관이 백골부대장으로 있을 때만 해도 전방에서는 북한군이 밤에 몰래 휴전선을 넘어와 젊은 우리 소대장들의 목을 베어가는 등 휴전협정을 위반하는 도발을 자주 저질렀다. 그럴 때면 박사령관은 어김없이 응징해 북한군들 사이에 호랑이 같은 무서운 존재로 알려졌다. 1973년에 북한군이 DMZ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저지르자 북한을 무자비하게 응징했는데 북한의 피해가 얼마나 컸던지 오히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에서 박사령관이 휴전협정을 위반했다면서 군복을 벗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그를 보호했던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박대통령은 박사령관의 북한 응징이 보복이 아니고 우리 군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 행사였다면서 연합군의 요청을 거절했다.

독서문화운동가인 강신원씨(83·울산 남구 무거동 거주)는 박사령관과 인연이 깊다. 1971년 8월 실미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 박사령관은 울산을 떠나 33사단장으로 있었다. 그런데 33사단은 서해안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박사령관은 실미도 사건의 책임자로 문책을 당할 위치에 있었다. 이 무렵 소령 계급장을 달고 6관구사령부의 정보장교로 있었던 강씨가 김덕모 부사령관과 함께 육군본부 지시로 실미도 사건을 조사했다.

“실미도 사건을 조사할 때 저는 김부사령관과 박사령관이 나누는 대화를 옆에서 듣고만 있었는데 둘의 대화에서 박사령관이 얼마나 나라를 사랑하고 부하 장병을 아끼는지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박사령관은 실미도 사건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절대로 내 부하가 다치지 않도록 상부에 보고해 달라’고 김부사령관에게 간청했습니다.”

박사령관과 강씨의 인연은 이후에도 지속된다. 강씨는 제대 후 울산에서 장병들을 상대로 병영 독서운동을 펼치면서 박사령관이 옛날 사령관으로 있었던 7765부대 본부를 자주 드나들었다. 그런데 박사령관을 평소 존경하고 있던 이재식 부대장이 2013년 부대 내 도서관을 건립하자고 했다. 이때 둘은 도서관 이름을 놓고 고심하던 중 7765부대 초대 사령관이었던 박사령관의 이름을 따 ‘박정인 장군 도서관’으로 명명했는데 이 도서관은 지금도 부대 내 있다.

“도서관을 세울 때 혹 박대통령이 부전장에 머물 때 남겨 두었던 유품이 있으면 도서관에 함께 전시하기 위해 이부대장이 박사령관에게 혹 박대통령 유품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박사령관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전시하지 못했습니다.” 강씨 얘기다.

울산에 있는 동안 해안 시찰도 자주 했던 박사령관은 특히 1960년대 중반 간첩이 출몰했던 동구 오좌불 숙소 해안을 자주 찾았다. 그때 이 마을에 살았던 성의영(78)씨 집에 좋은 수석이 많아 수석에 취미가 있었던 박사령관이 성씨 집을 자주 방문했다.

“박사령관이 해안 시찰을 오면 우리 집에 자주 들려 수석을 오랫동안 감상하곤 했는데 그때도 몸이 흐트러짐이 없이 꼿꼿한 자세를 보여 육사 장교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박사령관이 정원의 돌거북형 수석을 좋아해 제가 선물했더니 나중에 우리 집에 전기를 설치해 주어 우리 집이 우리 마을에서는 전기가 가장 먼저 들어온 집이 되었습니다.” 성씨의 회상이다.

울산에 있는 동안 대민활동도 열심히 벌였던 박사령관은 공업단지에 큰 공장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참석해 연설을 했는데 연설을 시작하기 전 언제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중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가 망국의 노래다”면서 “우리 민족이 놀기만 하면 혁명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재건 사업은 언제 완수할 수 있느냐”고 큰 소리 친 후 연설해 행사장에 참석한 회사 직원들과 임원들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 장성운 지역사 전문가·울주문화원 이사
▲ 장성운 지역사 전문가·울주문화원 이사

박장군의 나라사랑 정신은 아들과 손자도 이어받아 아들 홍건은 육사 31기로 대령으로 예편했고 손자 선옥은 육사 61기로 지금도 군 복무 중이다. 이처럼 3대에 걸쳐 육사를 졸업하는 영광을 누렸던 박사령관은 2016년 타계했다. 박사령관은 눈을 감기 전 아들 홍건에게 “내가 통일을 못하고 이렇게 갈라진 나라를 물려주어 미안하다”면서 “네가 군에 있는 동안 꼭 이 나라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부전장은 선암호수공원 입구에서 남쪽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20여 분만 걸어가면 있다. 박대통령이 휴식을 취했다는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다. 건물 머릿돌에는 ‘1969.10.15, 울산특정지역 경비사령부 사령관 육군 준장 박정인’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50여 평의 일자형 돌집 정면은 전체가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건물 아래로 호수가 보이는데 건물에서 호수로 나아가는 나무 계단이 있다. 옛날에는 박사령관이 호수에서 낚시할 때 통과했던 계단이다. 당시 석유화학지원공단 이원엽 회장도 자주 이곳을 찾았다. 박장군의 군 선배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이회장은 선암호수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자주 풍경화를 그렸다고 한다.

장성운 지역사 전문가·울주문화원 이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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