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과거 국정농단 특별검사와 피의자로서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을 의례적으로 찾아 ‘구원’을 푸는 제스처를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몸담은 보수 진영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극진히 예우해 눈길을 끌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구 달성의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이었던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중형을 끌어냈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배석했던 윤 당선인 측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대화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권 부위원장은 “약 50분 정도 했는데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했다. 공개하기 적절치 않지만 공개했으면 좋을 내용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도 “언론에 밝히지 못할 속 깊은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브리핑을 종합하면 윤 당선인이 “식사를 잘하고 계시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병원에 있을 때보다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당선인 시절부터 격무이니 건강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 앞으로 대통령으로 재임하면 정말 건강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과거 악연과 관련해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담담히 들었다고 유 변호사는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또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있는데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고 유 변호사가 전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박정희 대통령께서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를 봤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국정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되고 나니 걱정돼 잠이 잘 오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가 무겁고 크다. 사명감이 무섭다”라고 이야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격무고 많은 일이 있을 텐데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많은 가르침을 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외교 안보라는 울타리가 튼튼해야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되지 않겠느냐”라며 “여러 나라와 신뢰를 맺어서 서로 윈윈해야 나라가 발전하는 시대다. 안보와 경제도 신뢰 속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또 다음 달 10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건강 상태로는 조금 자신이 없는데 시간이 있으니 노력해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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