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첩 울산의 풍경과 삶]다시 봄, 구불구불 생명의 리듬이 물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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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첩 울산의 풍경과 삶]다시 봄, 구불구불 생명의 리듬이 물결친다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2.04.15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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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立巖 선바위. 75x36cm. 한지에수묵.

울산을 그리고, 세상을 읽는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울산화첩’을 다시 연재합니다.

한달에 한번씩 익숙한 풍경 속에 사유의 미를 담아 공유합니다. 모든 분들에게 치유와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바람은 따스한 공기를 실어나르느라 바쁘다…강은 봄날을 만나 활기를 얻는다
생명을 품은 곡선의 시간은 순환과 회복의 경이를 체득하며 천천히 에둘러 흐른다


봄날 선바위에는 하늘이 내려와 강변 음악제를 준비한다. 음악제의 주역은 겨울을 떠나보낸 바람이다. 봄이 오면 하늘과 땅의 심부름꾼인 바람은 따스한 공기를 실어나르느라 바쁘다. 태화강을 지나는 바람은 강변 대나무숲에 넘실거린다. 대나무숲은 바람에 따라 발성음을 흘려보낸다. 선바위에 도착한 바람은 솔 내음을 퍼트리고 병풍처럼 둘러싼 암벽 무대에 푸른 풀빛과 진달래꽃과 거무스레한 흰빛이 어우러진 벽화를 그려 놓는다. 바람은 겨울 동안 강변에 쓰러져 누웠던 갈대와 풀더미를 일으켜 세운다. 바람의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긴 모래톱을 따라 휘돌아가는 강물을 따라 바람은 발걸음을 맞춘다. 바람은 잔물결 소리에 귀 기울이다 마침내 강물 소리에 스며든다.

강물은 풀포기에도 자갈돌에도 동그라미를 그린다. 강물은 암벽을 만나면 휘어지면서 에둘러 흐른다, 천천히. 강은 봄날을 만나 활기를 얻는다. 바람을 만나 바람이 난 강은 물풀을 희롱하면서 미꾸라지, 피라미, 붕어와 버들치 등의 민물고기를 부른다. 청둥오리 떼를 부른다. 강물은 돌무더기 언덕을 비비며 소나무숲을 부른다. 벚꽃이 줄지어 나오고 개나리꽃은 떼를 지어 달려 나온다. 모래톱 언덕에 한 그루 복숭아나무는 복사꽃을 올망졸망 달아 놓는다. 강물은 구부러진 길을 부르고 사람들을 부르면서 도시를 지나 바다를 향해 흘러간다, 천천히.

▲ 울산전국관광사진공모전 입선작(이병록).
▲ 울산전국관광사진공모전 입선작(이병록).

봄에 태화강에서 산란하여 바다로 나간 연어가 가을이면 돌아온다고 바람이 노래한다. 연어는 수만 리 바다를 헤엄쳐 다니다 모천(母川)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물길을 거슬러 솟구치는 생명이 죽음으로 회귀하고, 죽음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바뀌는, 경이로운 일이 강물 속에서 일어난다. 선바위 아래 태화강 생태관은 봄이면 어린 연어를 보내고, 가을이면 연어를 맞이하는 축제에 참여하느라 분주하다.

그렇다. 울산 선바위 일대는 풍경의 소리를 연주하는 음악 마당이다. 바람과 물의 노래가 화음으로 울려 나오는 곳이다. 그 속에서 선바위는 계절의 풍경을 연출하고, 바람과 물의 노래를 지휘한다. 그 음악은 곡선의 시간을 연주한다. 곡선의 시간은 주기성을 가진 생명의 노래이다. 생명의 리듬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처럼 변하고 반복하면서 순환한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문명은 직선의 시간을 따른다. 직선의 시간은 합리성을 중시하는, 이성과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직선의 시간을 밟아온, 현대 문명의 발달은 많은 사람에게 가난과 고통과 질병에서 벗어나, 생활의 편리함과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명은 자본과 권력과 결탁함으로써 생태파괴와 생명 경시와 인간소외 현상을 초래했다. 우리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겪는 죽음과 고통과 불안, 공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벌어진 전쟁 등은 문명의 폐해가 가져온 불행한 예이다.

지금 우리의 삶에 중요한 것은 모두가 죽음으로써 끝나는 영화 ‘오징어 게임’ 같은 현실이 아니라, 죽음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연어의 시간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다. 연어의 생처럼 선바위 강변 음악제는 문명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돈과 권력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삶은 사랑으로 태어나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울산 선바위는 가을 봄 여름 없이 곡선의 시간이 흐르고 생명의 리듬이 물결친다. 이곳으로 가을이면 곡선의 시간을 타고 고향의 노래를 부르며 연어가 돌아온다.

그림=최종국 한국화가 글=문영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문영 전문가
▲ 문영 전문가

◆문영 전문가
시인, 문학평론가
‘심상’ 신인문학상(1988)
울산 오영수문학관 지도교수
시집 <소금의 날> 외
비평집 <변방의 수사학>, 산문집 <발로 읽는 열하일기>

 

 

 

▲ 최종국 전문가
▲ 최종국 전문가

◆최종국 전문가
한국화 작가
울산미술협회 수석부회장
한국화세계화추진위원회 부위원장
호연지기회, 울산작가회 활동중
해인사 ‘수묵, 산문에 들다’ 등 개인전 8회와 단체전 230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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