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중순부터 우리 반은 경상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시교육청과 경상일보사에서 신문활용교육을 위해 관내 학교에 무료로 신문을 제공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오면 신문을 훑어보며 수업에 활용할 만한 기사들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마침 사회 시간에 다루고 있는 ‘우리 국토의 자연 환경’과 관련된 기사들이 많았다. 울산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룬 기사들이라 학생들이 더욱 가깝게 느낄 것 같았다.
교과서를 통해 주요 개념들을 알아본 뒤 신문 활용 수업을 할 시간을 마련했다. 그간 모아둔 신문들을 학생들 앞에 꺼내보였다. “이 신문에는 울산의 자연 환경, 자연 재해, 기후 위기와 관련된 기사들이 있어요. 모둠끼리 기사를 찾아서 잘라 전지에 붙이고, 기사의 내용과 모둠원들의 생각을 간단히 써보세요.”
신문을 받아든 어린이들은 교과서 대신 다른 걸 손에 잡은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신문 뭉치를 나눠가지느라 신문지들이 낱장으로 흩어졌다. 신문을 펼치기에 책상이 좁다며 한 두 모둠씩 바닥으로 내려오더니, 나중에는 모두가 바닥에 앉아 신문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몇몇 학생들은 신문 속 빼곡한 글자를 보고 막막해하기도 했지만, 모둠원들과 협동하며 신문을 살펴보더니 곧 울산의 식수원인 낙동강 물이 오염되었다는 소식, 지구온난화로 인해 70년 뒤에는 울산에서 배를 재배할 수 없다는 소식, 지난 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울산의 농가가 아직 수습되지 못했다는 소식 등을 찾아냈다. 울산지역 일기 예보, 울산 곳곳에 피어난 봄꽃의 사진도 잘라 붙였다. 어린이들은 신문을 보며 수업에서 배운 개념들이 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을 설명할 때도 쓰인다는 것을 알았다.
스크랩을 할 때 헤드라인만 싹둑 잘라내기도 하고, 사진 아래에 있는 캡션을 버리고 사진만 잘라 붙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알고 보니 신문 스크랩을 하는 게 처음이라고 했다. 다음번에 신문 활용 수업을 할 땐 기사 전체를 오려내고, 중요한 내용에는 밑줄을 그어보자고 알려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신문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오래된 신문물 같았다.
단어 하나만 검색해도 수많은 결과를 보여주고, 그 뒤에 뭘 궁금해 할 건지도 미리 예측해서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시대다. 마음까지 읽어낸 듯한 기술을 누리면서도 맨 처음 알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정보가 사실인지를 판단할 수 없어 방대한 데이터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가 많다. 이는 알고리즘에 몸을 맡기고 스트리밍되는 영상을 보며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조금 덜 빠르고 덜 재미있더라도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정확히 읽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교실로 들어온 신문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길 바라본다.
이민정 온남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