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의 음악이야기(211)]파트랴슈가 살던 플랜더스와 플랑드르악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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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의 음악이야기(211)]파트랴슈가 살던 플랜더스와 플랑드르악파
  • 경상일보
  • 승인 2022.04.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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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파트랴슈(Patrasche)는 플랜더스(Flanders)에 살던 가난한 소년 넬로(Nello)가 돌보던 개의 이름이다. 영국 소설가 위다(Ouida) 본명 Maria Louise Rame(1839~1908)의 소설 <플랜더스의 개>(A Dog of Flanders)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불행하기 그지없는 넬로의 생애에서 넬로와 함께 동사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 이 소설은 실화인양 파트라슈의 동상까지 만들어놓고 있어 보는 이들을 감동시킨다.

주인공 넬로는 추운 겨울 눈속을 헤치고 그가 동경하던 안트베르펜 성모마리아 대성당을 찾아가 성당안의 루벤스의 그림 아래에서 파트라슈를 안은 채 밤을 지새운다. 독자는 이 장면에서 넬로가 파트라슈의 체온으로 살아나서 후에 유명한 화가로 살아가는 상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동사(凍死)를 시키고 만다. 그것도 사랑과 자비가 넘쳐나는 대 성당 안에서.

소설 속 배경인 플랜더스지역은 음악사에서는 플랑드르악파(Flemish School)가 활동한 지역이다. 본래 플랑드르 지역은 네덜란드(Netherland) 악파라 불리던 지역이었다. 해수면 보다 낮은 지역을 통틀어 네덜란드라 하였으며 그 지역은 지금의 벨기에 남부에서 프랑스 북부를 포함하여 꽤 넓게 펼쳐져 있었다. 15세기 중기부터 16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플랑드르 지역은 유럽 최고의 음악가들이 활동하던 무대였다.

플랑드르 악파의 역사적 공헌은 대위법을 새롭게 정리하여 폴리포니(Polyphony)음악의 최전성기를 이루었다. 이 비법은 합창에서 큰 발전을 보여 3성부 합창을 4성부 합창과 5성부 합창 더 나아가 6성부 합창곡으로까지 발전시켰으며 오케겜의 미사곡이 유명하다. 이 시대의 모테트는 가사의 표현을 위해 많은 방법을 고안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모테트는 인문주의의 영향을 뚜렷이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몇몇 작곡가의 음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데 조스캥 데 프레(Josquin des Prez)의 곡이 가장 대표적이다. 16세기 후반의 세속적, 인간적인 성향의 작곡가들과의 가교 역할이 되었다. 근현대음악의 뿌리가 내려진 곳이기에 모든 음악사 가운데 최고의 음악 시기라 칭송하고 있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Josquin des Prez 작곡, Miserere Mei 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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