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코로나19…지금은 복기(復棋)가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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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코로나19…지금은 복기(復棋)가 필요한 시점
  • 경상일보
  • 승인 2022.05.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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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수년전 메르스의 유행이 막 끝났을 때, 병원협회에서 주관하는 공개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강연자가 한 여러 물음들 중 아직까지 기억에 뚜렷이 남는게 있는데 바로 ‘메르스 사태 이후 우리 의료환경은 무엇이 달라졌는가?’였다. 강연의 결론은 아쉽게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이 변화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었지만, 그후 수년이 지나 코로나19 사태가 왔을 때 초기에 진단키트를 신속히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메르스 사태 때의 경험 덕분이었다. 돌이켜보면 굉장히 귀한 경험이었고 그 경험을 교훈 없이 흘려보내지 않은 일부 감염병 관련 유관기관 책임자분들의 공이 컸다.

시와 유관기관에서는 오늘자로 코로나19 격리병상을 축소토록 했다. 종합병원 중에는 울산대학교 병원과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20병상)만 유지하고 나머지 병원들은 다 해제토록 하였다. 조금이라도 남겨둔 것은 국내상황은 물론 아직 지켜봐야 할 해외상황을 고려해서일 것이다. 가을 재유행에 대한 우려도 물론 영향이 있다. 그러나 향후 언제 무슨 일이 생기든, 실질적으로 마무리를 향해 가는 이 시점에서 지난 2년여간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다시 준비를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흘러온 상황들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필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어 정말 개인적인 의견 정도에 그칠 뿐이라 이렇게 칼럼에서 밝히기는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은 말을 아끼고자 한다. 다만, 지역사회 혹은 국가에서는 조만간 지난 상황들에 대한 복기와 논의를 대대적으로 반드시 해야함을 조용히 건의한다. 또 그때 꼭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두가지 점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는, 우리가 해온 대응들이 향후에도 반복이 가능한지이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진단, 치료, 병상간호에 투입된 병원 종사자들은 정말 진이 빠지도록 일했다. 그리고 상황을 컨트롤하며 함께 달린 관할 공무원들도 정말 쓰러질 정도로 일했다. 그 결과로 방역 자체는 방향의 정답을 떠나 꽤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해외국가들의 사망자 수 등을 비교해 봤을 때 성공쪽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만약, 가까이는 가을에 혹은 수년 후에 코로나나 다른 감염병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그때 했던 대응을 똑같이 해서 다시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병원들과 유관기관들에서 그 업무강도를 다시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물음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개선여부를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둘째는, 방역에 성공적이었던 사례들만이 아닌, 그렇지 않았던 단면들에 대한 고려다. 우리는 어떤 일을 접할 때,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사례들에 한정해서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사실 그에 못지않게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비행기 외관에 철판을 덧대어 강화하고자 했던 적이 있다. 전투에서 돌아온 비행기들을 조사해 총알 구멍이 많이 나있는 부분들 위주로 철판을 덧대었지만 큰 실효가 없었다. 이유는 정말 제대로 된 공격을 받은 비행기들은 다 추락해서 찾을 수가 없었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이렇듯 어떤 일의 실패사례, 혹은 부정적인 단면을 살피는 것은 통찰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방역이 잘 이뤄진 사례, 병원 및 의료진들의 노력과 타국가에 비해 적은 사망자 수 등 성공적으로 보여서 그대로 하면 될 것 같은 단면들만 참고하면 안 된다. 초창기 확진자 동선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경유지들의 피해 등 강력한 억제정책에서 파생된, 일부러 찾지 않으면 깜박하기 쉬운 논란거리들이 꽤 있다. 이 역시도 반드시 같이 고려되면 좋겠다.

얼마 전에 새로운 정부가 구성됐고, 방역정책 역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있다. 지금까지의 장단점을 고려함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책이 짜여지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지난 수년간의 귀한 경험에 대한 복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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