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3)]개구리들의 합창
상태바
[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3)]개구리들의 합창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5.24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재명 논설위원

필자가 사는 동네의 들판에 물이 가득 찼다. 논배미마다 농부들이 트랙터를 몰고 로타리를 치고 있다. 밤이 되니 온 동네가 개구리 울음 소리로 왁자하다. 그야말로 무논에 개구리들이 날뛰고 있다.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어/ 듣는 사람 없어도 밤이 새도록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골개골 개구리 목청도 좋다.
 

개구리는 한번 울면 떼로 운다. 지난 2019년 일본 쓰쿠바 대학의 아이하라 잇큐 교수 연구팀은 영국의 과학전문지에서 개구리들이 무질서하게 우는 것 같지만 서로 겹치지 않게 소리를 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피곤해 일제히 울음을 그친다고 발표했다. 시끄럽게 들리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사실은 일정한 돌림노래 형식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밤새도록 우는 개구리 소리는 소음에 가깝다.

지난 2020년 프랑스 법원은 개구리 수백마리가 사는 연못을 메우라고 판결했다. 짝짓기하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이유였다. 프랑스 그리뇰 지방 도르도뉴 마을에 사는 마이클과 애니 페세라스 부부는 12년 전 자신의 땅에 300㎡ 짜리 연못을 만들었다. 맨 처음 연못을 팔 때에는 개구리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개구리 수가 40마리쯤 달했을 때 처음 소송이 제기됐다. 당시 이웃집 침실에서 측정했을 때 그 소음은 63데시벨에 달했다. 60데시벨은 의자를 끄는 소리 정도의 소음이다.

그러나 무논의 개구리 소리는 필자에게는 5월의 ‘합창’으로만 들린다. 저녁 무렵 논길을 따라 걸으면 싱그러운 바람 속으로 개구리 소리가 파도를 일으킨다.

여름밤은 온통 내게 맡겨라// 별들도 잠 못 들고/ 깨어 듣는 나의 노래// 마른 계곡은 소나기가 씻지만/ 근심 걱정 쌓인 가슴은/ 내 노래가 답이다 -‘청개구리 말씀’ 전문(이복현)

자연치유 전문가들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우리 몸과 마음에 치유가 일어난다고 한다. 새와 풀벌레가 우는 소리, 계곡물 소리 등 자연이 내는 모든 소리에는 파동이 있는데, 그 파동이 몸에 유익한 호르몬과 면역력을 높인다고 한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남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개구리들의 떼창으로 씻어내보자.

이재명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