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 맑은 물 확보’ 투 트랙 전략의 전면 철회를 선언했다. 반구대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울산시민이 맑은 물을 마실 권리가 우선인 만큼 벼랑 끝 전술을 펼쳐서라도 대체 수원을 얻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17일 열린 인수위 문화관광체육국 업무 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 맑은 물 확보를 연계했던 민선 7기 대응의 방향성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김 당선인은 반구대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경우 울산 관광 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필요하지만 접근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당선인은 문화재청이 등재의 전제 조건으로 사연댐의 수위 조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단언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해 6월24일 의결된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은 울산에 운문댐 물을 준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명확한 수량이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대구로부터 필요한 만큼의 운문댐 용수를 받아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당선인은 자칫 울산이 대구로부터 물을 구걸하는 형태로 상황이 흘러갈 수 있는 만큼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당선인은 맑은 물을 먹을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가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발을 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주체는 문화재청이 돼야 한다는 게 김 당선인의 생각이다. 울산이 아닌 대한민국의 보물인 반구대암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이 울산시에 유네스코 등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 당선인은 시가 아닌 문화재청이 물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는 ‘대곡천 암각화군(반구대 계곡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 선정’ 건을 심의한 결과, 참석 위원 7명이 전원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최근 알려지고 있다.
김 당선인은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추진 중인 수문 설치도 반대했다. 사연댐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댐을 마련하는 것을 포함해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두겸 당선인은 “등재에 실패한다고 문제될 것이 없는 만큼 울산 차원의 대책을 만들 것”이라며 “문화재청과 힘겨루기를 하며 벼랑 끝 전술을 펼 것이고, 만약 맑은 물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등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또 민선 7기 시가 옛 중부소방서 부지에 추진 중인 제조 서비스 융합 중소벤처 지식산업센터 및 청소년 문화회관 조성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당선인은 해당 부지에 공약인 K팝 사관학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 당선인은 현대중공업이 운영 중인 울산 현대축구단의 시민구단화도 검토중이라며 시민구단 전환 시 소요 예산을 보고하라고 부서에 지시했다.
체육 인프라 확충에 관한 발언도 이어갔다. 김 당선인은 태화강역 뒤편 매립장 일원에 친환경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골프 인구의 역외 유출이 심한 만큼 관내 골프장 조성을 위해 전향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원과 자문위원들은 시립극단 운영, 연극 전용 소극장 건립, 울산 기업의 실업팀 창단, 우수 체육인에 대한 자긍심 고취 방안, 울산박물관 통합수장고 건립, 독립된 전시컨벤션재단 필요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시장직 인수위는 20일 청소년 문화회관 건립 부지와 강동관광단지, 북울산역 환승센터, 창평지구 등을 현장 방문한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