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 부산, 경남 등 동남권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양대 광역철도망 구축 사업이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 조만간 사업의 시행 주체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데, 만약 시행 주체가 지자체로 결정될 경우 향후 발생할 운영 적자를 모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 울산시는 부산·경남과 연대해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 건설 사업의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용역에서는 노선에 대한 상세 내용을 검토하고 차량 시스템과 수요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한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게 된다.
이번 용역의 최대 관건은 사업 시행 주체로, 조만간 열릴 중간보고회에서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사업 시행 주체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업 시행 주체가 곧 운영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광역철도 사업의 건설비는 정부와 지자체가 7대3으로 분담한다. 지자체 몫인 30%는 노선 연장 등에 따라 해당 지자체들이 분담하는 구조다. 사업 시행 주체와 상관없이 비율에 따라 분담금이 정해진다.
반면 운영비는 사업 시행 주체에 따라 큰 편차가 있다. 신설형의 경우 정부가 사업 주체가 돼 운영비를 전액 부담한다. 기존선 개량형은 사업 주체가 정부지만, 지자체가 운영 적자를 부담한다. 도시철도 연장형은 사업 주체가 지자체이며 운영 주체 역시 지자체여서 지자체가 운영 적자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기존선 개량형과 도시철도 연장형은 적자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가 적자를 부담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금액에서는 차이가 벌어진다.
기존선 개량형은 일반 철도가 운행 중인 노선에 광역철도를 동시에 운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철도공사의 운영 인력이 중복 투입돼 적자 폭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도시철도 연장형은 철도를 신설하고 운영 인력도 신규 투입해야 해 운영비가 가장 많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철도 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울산 등 3개 시도 입장에서는 도시철도 연장형 사업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만약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 운영비를 지자체가 부담할 경우 후속 사업인 동남권 순환철도 운영비까지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 항구적인 적자 부담이 불가피하다. 동남권 순환철도 사전 타당성 용역은 빠르면 7월께 발주 예정이다.
하지만 4차 철도망 신규 광역철도 사업 운영비 현황 자료에서 국토부는 울산~양산~부산 광역철도의 운영비 부담을 지자체 100%로 명시하면서 도시철도 연장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 등 3개 시·도는 사업의 시행 주체는 국토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광역철도로 분류돼 수천억원대의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도 타격인데, 향후 발생할 적자까지 떠안으라는 것은 재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3개 시·도는 국가 균형 발전과 철도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수도권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과 연결되는 국철과 GTX 등은 신설형으로 분류해 정부가 운영비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철도 사업은 흑자 노선이 드문 만큼 지자체가 운영을 맡을 경우 적자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울산 등 3개 시·도의 공통된 이해관계인 만큼 중간보고회에 참석해 사업 시행과 운영의 주체가 정부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