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부 탈장, 시간 끌수록 합병증 위험 커…세심한 관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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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부 탈장, 시간 끌수록 합병증 위험 커…세심한 관찰 필요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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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정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서혜부 탈장으로 병원을 찾은 유아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탈장은 신체의 장기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조직을 통해 돌출되거나 빠져나오는 증상이다. 신체 어느 곳에나 생길 수 있지만 사타구니 부위에 볼록한 혹이 만져지거나 통증을 호소하면 서혜부 탈장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서혜부 탈장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연령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아이들 세심하게 관찰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혜부 탈장에 관해 조민정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외과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태아 때 장기 이동통로 막히지 않아 발생

서혜부 탈장은 장의 일부가 다리를 굽힐 때 접히는 사타구니 주변인 ‘서혜부’로 돌출된 것이다. 태아 초기에 생겨난 고환이나 난소는 뱃속에 위치하고 있다가 임신 7~9개월 사이에 이동해 제 위치를 찾아간다. 이때 이동 통로로 남아는 초상돌기, 여아는 누크관이 생기고, 정상적인 이동이 끝나면 저절로 닫힌다. 하지만 일부 아기들은 이 통로가 닫히지 않은 채 태어나고, 이를 통해 장기가 빠지는 서혜부 탈장이 발생한다.

소아 서혜부 탈장은 영아의 약 3~5%에서 나타나며 환자 중 약 10%는 가족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균 발견 연령은 만 3.3세이며 3분의 1 가량은 생후 6개월 이내에 발견된다. 남아가 여아보다 5배 정도 발생 빈도가 높으며,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미숙아는 서혜부 탈장 발생률이 30% 정도로 만삭아보다 높다.

조민정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외과 교수 “소아 서혜부 탈장은 영유아 시기 많이 발견되지만, 더러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 발견되기도 한다”며 “심하게 뛰어놀거나, 기침할 때, 변을 볼 때 등 배에 힘이 들어갈 때 불룩하게 잘 나타나지만, 가만히 누워 있거나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는 사라질 수도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타구니 부위 불룩 튀어나오면 의심

서혜부 탈장은 남아는 고환이나 사타구니 부위, 여아는 외음부 위쪽이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증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아이들은 대개 특별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지면 풍선처럼 말랑말랑하고 누르면 다시 들어가기까지 해 확인이 쉽지 않다.

하지만 빠져나온 장기가 덩어리처럼 튀어나온 상태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감돈(嵌頓)이 생길 수도 있다. 감돈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잘 발생하는데, 튀어나온 부분이 단단하게 만져지고 주변이 붓기도 하며 남아의 경우 음낭이 푸른색을 띠기도 한다.

이때 아이는 구역질이나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이 경우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장폐색과 괴사로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일한 치료법 수술

서혜부 탈장으로 진단받으면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감돈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고, 탈장이 발생하는 길은 저절로 닫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은 복벽이 약해져 발생하는 성인 서혜부 탈장과 달리 소아는 인공막 등의 보강 없이 장기가 탈출하는 길을 묶는 수술을 한다.

수술 방법에는 절개와 복강경 두 가지가 있다. 절개와 복강경을 말 그대로 바깥쪽에서 절개해 수술 부위에 접근하거나 복강경으로 몸 안쪽에서 접근하느냐의 차이다. 절개수술은 탈장된 부위의 피부를 2~3㎝ 정도 절개해 진행한다. 복강경 수술은 보통 카메라를 넣기 위해 배꼽에 1㎝ 남짓을 절개하고, 양옆에 수술 도구를 넣기 위한 5㎜ 크기의 구멍 2개를 뚫어서 한다. 배꼽 부위에 1.5~2㎝ 크기의 구멍 하나만을 뚫고 진행하는 단일공 방식도 있다.

절개방식이 유일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대부분 복강경 수술로 진행한다. 이 경우 수술 후 재발 확률은 0.5~1%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조 교수는 “소아 서혜부 탈장은 수술 시간이 짧고, 위험성도 낮은 수술이다. 하지만 감돈이 된 탈장은 수술 시간도 길뿐더러 높은 재발률에 수술 합병증도 훨씬 많기에 진단받으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수술을 받는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예방 방법은 없어

서혜부 탈장은 태아 발달과정에서의 발달 미흡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예방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의사소통이 어려운 연령에서 발생하는 질환이기에 부모가 아기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시킬 때 사타구니 좌우측 대칭 확인 등 세심한 관찰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장이 생긴 부위는 자세를 바꿔도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딱딱하게 부어오르거나 아이가 아파할 때는 바로 병원을 찾아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서혜부 탈장은 전문의의 간단한 촉진만으로 증상이 확인되기에 시간을 지체하다 감돈으로 장기가 괴사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서혜부 탈장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질환이 아니다. 시간을 끌수록 장 괴사, 천공, 복막염 등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조기 발견을 위한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고,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단·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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