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맘 때면 언론에서는 이름짓기가 한창이다. 매년 이례적인 모습으로 찾아오는 오락가락한 장마 때문이다. 중부와 남부의 상반된 날씨를 가져다 준 ‘반쪽장마’,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찾아온 ‘지각장마’, 강수량이 유독 적은 ‘마른장마’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올해 장마는 ‘변칙장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대개 장마는 6월19일쯤 제주도를 시작으로 6월23~24일경 남부지방에서 영향을 준 뒤, 6월26일을 전후해 중부지방까지 북상해 전국을 오르내리다가 약 32일간의 여정을 거쳐 7월 말 북쪽으로 완전히 밀려난다. 하지만 올해 장맛비는 제주와 남부지방에서는 시늉만 부리고, 곧장 중부로 옮겨가 많은 비를 뿌렸다. 그래서 ‘변칙장마’가 됐다.
올해 장마의 변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국 대부분 지방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많은 곳에서 폭염의 강도가 더 강한 폭염경보(일최고 체감더위가 35℃ 이상인 상태 2일 이상 지속)가 발효된 상태이다. 낮더위도 낮더위이지만, 낮의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는 열대야도 올해 더욱 심하다. 강릉엔 지난달 17일 밤 올해 첫 열대야가 발생했는데 지난해보다 무려 24일이나 빨랐다. 서울에서도 지난 27일 밤 올해 첫 열대야가 관측됐다. 이는 190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8년만에 첫 6월 열대야였다. 7~8월에만 나타나던 열대야가 급기야 6월로 당겨졌다.
장마기간이 평균적으로 32일 지속되긴 하지만, 32일 내내 비만 내리지는 않는다. 보통 비 내리는 날짜는 17일 정도다. 장마라고 해서 비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오다가 더위도 찾아 올 수는 있다는 말이다. 다만, 올해는 그 현상이 아주 극과 극이다. 낮에 폭염은 흔한 일이지만, 열대야는 대개 7월 말 장마가 끝나고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으로 뒤덮였을 때 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장마와 함께 열대야가 찾아왔다. 정체전선이 한쪽으로 기울어 발달하면서 동남아 부근의 덥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다시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맛비가 내렸다하면 거친 폭우의 형태로, 장마가 주춤하면 밤낮 없는 폭염이 찾아오겠다. 아직 장마의 끝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비와 더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주)에코그린캠퍼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