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가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초소형 원전 개발 사업이 정부의 긴축 재정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내년 예산에 사업비가 반영되지 않아 올해 완료되는 1차 사업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인력·투자 이탈이 우려되는 만큼 시는 지역 국회의원 등과 손을 잡고 예산 확보전에 나서기로 했다.
6일 시에 따르면, 시가 추진 중인 차세대 원전 SMR(Small Modular Reactor·소형 모듈 원자로) 기술 개발 사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시는 지난 2019년부터 UNIST와 함께 4세대 비경수형 SMR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연말 1단계인 개념설계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는 UAE에 수출한 한국형 독자 원전인 APR-1400처럼 수출형 초소형 원전의 국가 모델을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개념설계의 후속으로 표준설계 및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사전 인허가 절차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내년도 예산에 관련 공모 사업비를 편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업은 공모 형식이지만 울산이 4년 전부터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의 연장선상이어서 예산만 편성되면 사실상 시가 예산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주관 부처인 과기부는 1·2차 부처 예산안에 SMR 개념설계 공모 사업비를 편성했다가 최종안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의 긴축 재정 여파 때문이다. 최근 i-SMR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내년도 예산을 반영하는 바람에 시 사업은 후순위로 밀렸다.
i-SMR 기술 개발 사업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총 사업비 3992억원을 투입해 세계 SMR 시장에 내놓을 차세대 SMR 노형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과기부는 한정된 부처 예산 사정을 감안하면 SMR 관련 사업을 잇따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기부도 시 사업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부처 예산의 증액을 요청하고, 증액에 성공하면 시 SMR 사업비를 편성해 준다는 방침이다.
만약 내년도 예산에 표준설계 공모 사업비가 반영되지 않으면 시가 4년간 애써 추진해 온 사업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내년 이후 예산 편성이 가능한 만큼 최소한 1년 이상의 공백이 발생해 연구 인력이 빠져나가고 투자 기업의 이탈도 불가피하다. 그동안 축적한 국제 네트워킹의 붕괴도 우려된다.
시는 울산이 원전 및 원전 해체의 중심도시로, 관련 공급망을 확보한 만큼 SMR 사업을 신규로 추진해야 지역이 성장할 수 있다며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시는 또 지역 주력 산업인 조선 및 수소 산업과의 연계를 위해서도 SMR 사업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가 선박의 탄소 저감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선박용 SMR을 장착할 경우 대안이 될 수 있고, SMR을 활용하면 청정 수소 생산에 유리하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4세대 SMR 기술 개발 사업이 중단된다면 지역은 물론 국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음 주 열리는 지역 국회의원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등 정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