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4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은 현대차 노사 역사상 최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정체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합심해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일 전체 조합원 4만6413명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에 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참여자 3만9125명 중 2만4225명(61.9%)이 찬성해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됐다.
합의안은 임금 10만8000원(수당 포함) 인상, 성과·격려금 300%+550만원, 주식 20주(약 36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내년 상반기 생산·기술직을 신규 채용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 노사는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 대응과 연계해 직군별 특성에 맞게 임금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직군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내년 3월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가결로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게 됐다.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은 현대차 역사상 최초다. 노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일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 영향 등으로 파업을 자제했다.
한때 노조가 파업권까지 확보하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듯했지만, 회사가 올해 임금 인상 수준을 역대 교섭과 비교해 많이 제시하고, 국내 공장 건설과 인력 채용 등 통 큰 결단을 내리면서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국내 신공장 건설과 10년 만에 생산·기술직을 신규 채용하기로 한 것도 이번 협상의 결실이다. 신공장은 약 2조원을 투입, 울산에 들어선다. 내년 착공해 2025년 완공이 목표다. 국내 신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이 지어진 이후 29년만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 적체가 여전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공장이 폐쇄되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노사가 위기를 같이 극복하자는 상생 문화를 형성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지역 노사전문가는 “이번 투표 결과를 통해 4년 연속 무분규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가 드러났고, 합리적 교섭 진행이 노사 신뢰 형성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 파업보다 조합을 우선하는 실리적인 모습은 노동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