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4)공원이 품은 정신-해오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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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4)공원이 품은 정신-해오름공원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7.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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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나오는지 수도꼭지 열어본다
지금은 잠금 상태 머잖아 열릴 예정
어느 날 줄줄 흘러서 생명을 깨울 테다

통나무 부식되어 부스러기 흙이 된다
바닥에 몇 년 동안 큰 덩치로 누워서
언젠가 자연으로 갈 마음 채비 했을 테다

과거는 현재 위해 밑거름을 남기면
새로운 생명들이 곳곳에서 소생하고
철따라 피고 지는 일 소리 없이 흐를 테다


울산 중구 남외동에 위치한 어린이공원이다. 저번에 한 번 탐방할 기회를 놓쳐 오늘 다시 오게 되었다. 여기는 한발을 올리는 게 아니라 인도에서 한 발만 들이면 바로 공원이다. 턱이 없는 곳이어서 공원 흙들이 인도로 흘러나와 있다. 공원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바로 보이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생태놀이터이다.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다.

일단 주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진노랑의 수도시설이 앙증맞게 설치돼 있어 수도꼭지를 돌려보았다. 잠긴 상태였다. 몇 걸음 걸은 곳에도 수도시설이 있었는데 그것도 현재는 잠긴 상태였다. 흙길로 조성된 공원의 공기는 초록으로 인해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양쪽으로 길게 조성된 공원의 가운데가 불룩하여 꼭 고래 뱃속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이 공원은 동심을 자극하고 동심을 길러내는 장소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여기 공원 면적이 3000㎡ 이상이다 보니 여기저기에 여유 공간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밟았던 부분의 땅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 거기에는 풀 한 포기도 나지 못할 것 같다. 공원은 어디에 있어도 찾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인 것 같다. 이 공원은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사람들이 쉽게 오갈 수 있다. 나도 오늘 이 공원 곳곳에 발자국을 남길 생각으로 화단 가까이 가 보았다.

오색동백나무에 대한 설명이 있다. 꽃은 8~9월에 피고 희귀한 품종으로 한 나무에서 여러 색상과 무늬로 꽃을 피운다고 돼 있다. 지금 영산홍은 지고 있지만 다른 꽃들은 필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이 가고 오는 것처럼 일찍 핀 꽃들이 지고 나면 그 뒤를 잇는 꽃들이 또 있기 마련이다.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며 나무 벤치에 앉는다. 비둘기 한 마리와 까치 두 마리가 풀잎에 있는 열매를 따 먹는다. 풀을 잡아 흔드는 것 같기도 하고 톡 쪼는 것 같기도 하다. 가시나무의 잎들이 산책로에 수북히 떨어져 있다. 이 나무는 상록수이지만 생명이 다한 잎을 수시로 떨어뜨리기에 봄인데도 겨울 느낌이 난다. 낙엽이 되었지만 잘 바스러지지 않고 자신이 강한 잎임을 자랑하는 것 같다. 바라보는 것도 좋고 밟는 느낌도 좋다. 나뭇잎에 자신의 이름을 써보거나 나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봐도 유익할 것 같다.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공원 조성이 오래된 것을 말해주듯 공원 안 여기저기로 사람들이 낸 길들이 많이 보인다. 세 개의 길이 모여 하나의 길이 된 곳도 있다. 걸어온 길은 달라도 모이는 길은 모두 한 길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나. 살아낸 모양은 달라도 언젠가는 한 길로 통하니 말이다. 나누어진 길 모인 길 생겼다가 없어진 길들이 공원에 고스란히 공존하고 있다.

나무를 심은 곳에는 흙의 유실을 막기 위해 그물망 비슷한 걸로 나무를 싸놓았다. 나무가 있는 곳이 약간 불룩해 자세히 보니까 그렇게 돼 있다. 나무를 위한 세심한 배려이다. 공원에서 생산되는 마음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배려이다. 그것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나무 주변을 계속 맴돈다. 잠긴 게 곧 풀릴 것 같은 해오름공원을 기쁜 마음으로 응원한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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