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도권 5개 광역시 중 유일하게 도심융합특구에 지정되지 않은 울산시가 반 년 이상 후보지 선정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대전 등 경쟁 지자체들이 조만간 관련 용역을 마무리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울산의 후보지 선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특구에 지정되더라도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시에 따르면, 정부는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5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도심융합특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심에 산업·주거·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을 조성한 뒤 창업·벤처기업 등을 유치해 제2의 판교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됐고, 정권이 교체될 경우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기업혁신파크 조성을 중점 추진하면서도 도심융합특구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 2020년 12월 우선 선정된 광주와 대구를 시작으로 2021년 3월 선정된 대전, 같은 해 11월 선정된 부산까지 4개 지자체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예산 3억원을 받아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용역에 들어간 광주는 용역을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대전은 올해 10월 용역을 완료할 예정이다.
도심융합특구의 근거를 담게 되는 특별법도 연내에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현재 국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 회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4개 지자체와 달리 울산은 후보지 선정조차 하지 못한 채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시는 앞서 울주군 KTX역세권 일원을 후보지로 낙점했다가 중구의 반발로 혁신도시와 장현첨단산업단지 일원을 추가했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먼 거리와 지나친 면적을 들어 지정을 거부했다. 이에 시는 혁신도시를 제외한 안을 제출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후 시는 현재까지 중구와 울주군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특히 민선 8기가 시작했지만 아직 김두겸 시장에게 관련 업무 보고도 하지 못했다. 담당 부서가 민선 8기 최대 현안인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담당하고 있어서 관련 업무 보고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도심융합특구 성공의 관건이 접근성과 속도로 평가받는 가운데, 접근성에서 특별한 강점을 갖지 못한 울산이 속도마저 뒤처지면 지정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다른 광역시들이 특구를 조성하고 기업과 인재를 선점하게 되면 울산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울산처럼 후보지 선정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부산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부산은 해운대구와 기장군이 센텀2지구와 기장 동남권의과학산업단지를 놓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다 부산시의 중재 아래 지역 정치권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입지 선정을 완료했다.
국토부는 데드라인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연내 선정을 원하고 있다. 이에 시가 중심이 돼 지역간 합의를 거쳐 조속히 후보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