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서도 단일분자 변화 세계 첫 관측…생명 기원 밝힐 실마리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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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서도 단일분자 변화 세계 첫 관측…생명 기원 밝힐 실마리 찾아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2.08.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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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단위의 분자를 상온서 관측, 시각화 방법을 발표하고 있는 연구팀. 왼쪽부터 박경덕 POSTECH 교수, 강민구 POSTECH 연구원, 서영덕 UNIST 교수.
국내 연구팀이 약 1㎚(10억분의 1m) 크기의 단일분자 위에 얇은 절연층을 ‘이불덮듯이’ 덮어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관측할 방법을 찾았다. 향후 난치병 원인·치료법 개발 연구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박경덕 교수 연구팀은 UNIST(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서영덕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상온에서 나타나는 단일분자의 자세 변화를 세계 최초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의 기본단위인 분자 하나의 자세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공기에 노출된 분자는 주변 환경과 수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때문에 ‘분자 지문’이라고 불리는 라만 산란 신호를 검출하기 매우 어렵고, 분자를 영하 200도 이하로 얼려 가까스로 신호를 검출하더라도 단일분자 고유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금 박막을 입힌 기판 위에 단일분자를 올리고, 매우 얇은 산화알루미늄(Al2O3)층을 그 위에 이불처럼 덮어 ‘꽁꽁’ 묶었다. 금과 산화알루미늄 사이에 갇힌 분자는 주변 환경과 분리돼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데다가 움직임 또한 억제됐다.

이렇게 고정된 분자는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감도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통해 관측됐다. 개발된 나노현미경을 이용하면 날카로운 금속 탐침의 광학 안테나 효과 덕택에 단일분자의 미세한 광신호도 정확히 검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의 해상도 한계(약 500㎚)를 훨씬 뛰어넘어 1㎚ 크기의 단일분자가 누워있는지 서 있는지의 자세 변화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연구성과는 난치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나 DNA의 분자 배향(Conformation)을 ㎚ 수준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어서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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