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44)]운칠기삼(運七技三)의 지혜
상태바
[송철호의 反求諸己(44)]운칠기삼(運七技三)의 지혜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9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지금은 조금 줄었지만, 한때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가장 즐겨한 오락 중의 하나가 고스톱이다. 고스톱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 중의 하나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고스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귀에도 익숙한 말이니 제법 널리 알려진 사자성어일 것이다. 운칠기삼과 관련된 중국 설화가 있다. ‘중국의 한 선비가 자기보다 못한 자들이 과거에 급제하는데, 그들보다 뛰어난 자신은 늙도록 급제하지 못하자 옥황상제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에게 술 내기를 시키고, 만약 정의의 신이 이기면 선비가 옳은 것이고, 운명의 신이 이기면 세상사가 그런 것이니 선비가 체념해야 한다고 했다. 내기 결과 정의의 신은 석 잔을 마셨고,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셨다. 옥황상제는 세상사는 운명에 따라 행해지되, 3푼의 이치도 행해지는 법이니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도 중요하다는 말로 선비를 꾸짖고 돌려보냈다.’

운칠기삼은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말이다. 흔히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일이 성사되었을 때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운칠기삼의 뜻에는 저것 외에 두 가지 의미가 더 있다. 그것은 노력의 중요성과 겸손의 필요성이다. 7할의 운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3할의 노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노력한 사람보다 7할의 운의 작용으로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3할의 노력을 한 사람이 3할의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결국 운칠기삼은 운의 영향을 이야기하면서도 노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의 성공은 3할의 자신의 노력만이 아닌 7할의 운이 작용해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비록 성공하였더라도 교만에 빠져서는 안 되며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처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성공을 오직 자신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여, 겸손 대신 교만으로 처세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 정치인들도 그렇다. 지난번 때도, 이번에도 자신의 능력만으로 당선된 사람은 드물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정치 지형에 따른 운이 크게 작용한 덕분에 당선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만해서는 안 된다. 겸손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국민은 교만한 사람보다는 겸손한 사람을, 게으른 사람보다는 노력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