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 시민공감대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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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 시민공감대가 먼저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8.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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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김두겸 울산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인 3679억원의 추경안을 편성했다. 앞선 시장이 짜놓은 예산편성으로 새로운 관점의 시정을 펴기가 쉽지 않은 만큼 과감한 추경편성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어려운 시기에 민생과 기업도 챙겨야 하고 안전과 사회복지도 강화해야 한다. 문화관광 기반 확충도 중요하다. 특히 선거 공약을 실천하려면 서둘러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이 가운데 큰 금액이 아님에도 눈길을 끄는 사업이 ‘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 조성을 위한 용역비’ 1억5000만원이다. 실제로 공연장을 조성하려면 3000억원대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담긴 예산이기 때문이다.

‘태화강 위 세계적 공연장 조성’은 김시장의 선거공약이다. 태화강 위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2000석 규모의 오페라공연장과 1000석 규모의 음악당으로 구성하겠다고 한다. 울산시가 파악하고 있는 울산지역 공연장은 26곳이다. 이 가운데 23곳이 500석 미만의 소규모 공연장이다. 가장 규모가 큰 울산시문예회관의 대공연장은 1555석(이동식 127석 포함)이다. 그 다음 현대예술관이 964석이다. 시민회관이 없는 울산의 특성상 문예회관의 대·소극장을 순수음악 공연장으로만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연전문 극장 설립에 대한 요구가 있은 지는 오래다. 일찍이 시민회관 자리로 지정해놨던 남구문화원 일대에 공연전문 극장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태화강 위에 대형 공연장, 그것도 오페라극장을 짓겠다는 것이 울산의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용역을 먼저 진행하기 때문에 용역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두고 봐야겠지만, 시장의 의지를 도외시한 결과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면 용역을 하기 전에 충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우선은 태화강 위에 대규모 건축물을 짓는 것이 타당한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3000억원 대의 건축비 부담은 차치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상시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안전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고많은 그린벨트를 두고 수많은 울산시민들의 생활여가공간인 태화강의 허리를 뚝 잘라서 일부 계층을 위한 공연장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더구나 오페라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울산에서 무대는 어떻게 채울 것이며 유료관객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도 큰 고민거리다. 비어 있는 무대, 대규모 적자 운영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시설 건립에 앞서 운영방안도 미리 살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김시장의 통큰 의지에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가 더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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