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심한 병고로 사투를 펼치고 있으면서도 해 맑은 시심을 잃지 않고, 시집을 펴낸 시인이 있다.
위암 말기로 투병 중인 금병소(사진) 시인이 자신의 7번째 작품집 <택배로 온 봄>을 출간했다.
6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각 부마다 15편씩 총 90편의 주옥같은 시가 수록됐다.

표제시 ‘택배로 온 봄’은 물론이고 그의 모든 작품은 자연에 대한 관조로 인간에 대한 따사로운 연민과 애정을 듬뿍 담아 친근감이 넘친다. 요즘 시가 난삽하고 난해해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시는 서정성을 바탕으로 명징하고, 쉽게 공감을 줘 시의 정체성을 밝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난해하지 않고, 감동감을 주면서 상투적이지 않은 것도 이 시대 마지막 선비 같은 그의 심성과 닮았다.
금 시인은 “머무는 동안 이웃을 위해 무엇을 했으며 예의범절은 잘 지키면서 사람답게 살았는지 아쉬움뿐이다”며 “긴 세월 함께했던 이것저것 모두 남겨둔 채 마음 하나만 가지고 간다”고 출간 소감을 남겼다.
박종해 작가는 “종교를 갖지 않은 금병소 시인에게는 시가 바로 종교다. 깊은 신앙을 가진 종교인이나 도를 닦는 도인이 아니면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담담하고 초연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금 시인이야말로 평생을 시처럼 인생을 살아왔던 참다운 시인이다”고 말했다.
금병소 시인은 1970년 울산 최초의 동인지 <처용촌>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잠시 활동을 접었지만, 2012년 계간 <문학예술>로 다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도 고향에는> <제비꽃> <목화꽃 추억> <숲 속에 요정이 산다> 등이 있다.
현재 울산문인협회, 울산시인협회, 울산중구문학회, 한국문학예술가협회, 남부문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119쪽, 1만5000원, 돌담길.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