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을 공들여온 부울경특별연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12일 부산·울산·경남 단체장의 간담회에서 부울경특별연합 대신 ‘부울경초광역경제동맹’을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부울경의 상생을 경제동맹이라는 협의기구를 통해 이어가겠다는 주장이지만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는 협의체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방도시들끼리 실효성을 따지다가 수도권에 대응하는 메가시티 구축이라는 목표에 한발도 내딛지 못하고 좌초되고 만 셈이다.
경제동맹이 지방자치법에 따른 특별자치단체인 부울경특별연합과 같은 기능을 할 수는 없다. 부울경은 이미 지난 수십년동안 경제동맹과 비슷한 협의체를 두거나 정기적 회의를 개최하는 등으로 지속적으로 경제적 상생을 추구해왔지만 성과를 낸 적은 거의 없다. 정부가 지원하는 법적 단체가 아닌 상태에서는 각 지자체끼리 경쟁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부울경특별연합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수년간 머리를 맞대 만들어낸 대안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글로벌경쟁력을 가진 메가시티가 전국적으로 5개 가량 포진할 때 비로소 국토균형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도시간 연대를 통한 광역화는 세계적 흐름이다. 교통수단이 다양·편리해지고 정보화·스마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산업·문화·교육·복지 등이 집중된 수도권이 점점 비대해지는 것은 세계 공통의 문제점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는 지방자치법을 개정, 제도적·행정적으로 근거를 만들었고 부울경특별연합은 올해 초 행안부의 승인까지 얻었다. 내년 1월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6·1지방선거를 통해 김두겸 울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취임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들 단체장들은 메가시티가 분명 부울경이 나아가야 할 길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방향을 비틀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울경특별연합은 김경수·송철호 등 전임 단체장이 추진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적 현실과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지, 특정 정치인의 성과라고 할 일은 분명 아니기에 정치적인 이유로 일을 그르칠 이유는 없다.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지원책과 의지의 미흡은 더 큰 원인이다. 3개 지자체가 인력·예산을 분담해 100여명에 이르는 특별연합을 운영하도록 한 것은 말이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은 지방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광역도시화를 통한 국토균형발전에 나서지 않으면 지방도시는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나라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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