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심히 보지 않으면 전시장을 알리는 표시인가 하고 지나칠법한 이 작품은 이상준 작가의 ‘Seven Dippers'로 소재로 사용한 티타늄 골드가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구름 없이 맑은 낮에는 작품에 반사되는 빛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고, 밤에 작품 위를 내려다볼 때는 심연을 보는 듯한 웅장함도 느낄 수 있다.
이상준 작가는 과학과 기술이 객관적 진리 토대가 아니라 수량적 세계의 질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공간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예술의 의미도 사회와 제도에 따라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 죽음을 인식한다는 사실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죽음을 잊기 위해 기술과 예술을 확대 재생산하며, 종국에는 우를 범해왔다는 것이 작가가 창작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흔히 말하는 인간의 7대 죄악을 상징화한다. 우리가 죽음을 기억할 때 죄악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죽음을 잊으려 할 때 그것이 예술이건, 창조이건, 문화이건 삶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서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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