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센터 지정 60주년 맞은 울산 ‘문화도시’ 옷 입는다]거친 공장의 흔적과 세련된 조명 어우러진 ‘힙한’ 문화공간
상태바
[공업센터 지정 60주년 맞은 울산 ‘문화도시’ 옷 입는다]거친 공장의 흔적과 세련된 조명 어우러진 ‘힙한’ 문화공간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11.11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코스모40 외관. 코스모40은 코스모화학 공장 건물 기존의 골조와 사용하던 기능 일부를 그대로 둔채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장 건물은 생산설비 설치를 위해 높고, 넓은 실내 공간과 육중한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기본이다. 이에 일반 상업 건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공간감을 준다. 내부 역시 철골과 설비라인, 전선 등이 뒤엉켜 있어 힙한 연출을 위한 배경 장소의 전형이다. 이런 공장 건물이 1970년대 초 인천 서구 가좌동 일대에 들어섰다. 백색 안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을 생산하는 화학단지다.

세월이 흘러 2016년 45개 동에 이르던 거대한 공장이 울산으로 이전하게 되며 공장도 철거되기 시작한다. 지역 역사의 한 축이 사라질 수도 있던 순간, 우연히 이곳을 찾은 젊은 기업가들이 공장을 보존하고 재생키로 하고 복합문화시설 ‘코스모40’으로 탈바꿈했다. 코스모40은 공공기관이나 공장 소유주인 대기업이 아닌 지역 주민 주도로 문화시설이 된 독특한 이력도 있다.
 

▲ 코스모40 내부 시설물 모습. ‘10TON’이라는 글씨가 적힌 상태로 4층 천정에 달린 호이스트는 지금도 작품 설치를 할 때면 가동한다.
▲ 코스모40 내부 시설물 모습. ‘10TON’이라는 글씨가 적힌 상태로 4층 천정에 달린 호이스트는 지금도 작품 설치를 할 때면 가동한다.

◇코스모40으로 재탄생

인천 서구 가좌동 코스모40은 주위의 회색 공장단지와 잘 섞여 얼핏 공장인가 싶다. 고철을 매입해 부숴 파는 곳과 고무 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흘러나오는 공장들 사이에 있어 ‘코스모40’이라는 표시와 대형 유리창이 없으면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원래 이곳은 인천 서구 산업단지의 상징이던 ‘코스모화학’의 공장 건물이다. 40년 동안 가좌동에 자리 잡고 있던 코스모화학이 울산 온산공단으로 이전키로 한 건 2016년이다. 이전이 결정되자 7만6000㎡(2만3000여 평) 규모의 공장도 순식간에 철거되기 시작했다.

당시 인근에서 커피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던 성훈식 코스모40 대표는 이전이 한창이던 공장에 들어가 보고는 공간 구조에 매료됐다. 일반 상업 건물과 달리 수직 공간 활용도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가좌동에서 13대째 살고 있는 심기보 ‘신진말’ 대표와 뜻을 모아 45개 동 건물 가운데 하나인 ‘40동’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했다. 40동은 이산화티타늄을 생산하고 남은 황산철을 재처리하는 공장이었다. 공장이 주택가와 인접해 철거가 진행되는 동안 가림막 역할을 하다 ‘코스모40’이 되는 영광을 얻었다.

코스모40은 공장 건물 기존의 골조와 기능 일부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코스모40은 공장 건물 기존의 골조와 기능 일부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대와 과거의 조화

넓은 주차장을 끼고 서 있는 ‘코스모40’ 건물은 4층밖에 안 되지만 내부는 꽤 크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메인 홀, 3층과 4층을 아우르는 ‘호이스트 홀’로 구성됐다. 커다란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면 낡은 골강판(공장 등에서 벽이나 지붕으로 쓰는 물결 모양 철판 외장재)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봐서는 건물의 연식을 짐작하기 어렵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클럽에 들어온 것처럼 넓고 어두운 공간이 나타난다. 분명히 바닥과 조명은 현대식 제품인데, 천장과 기둥, 벽은 낡고 녹슬어 오래된 공장이었음을 말해준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방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시나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는 1층과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낡은 구건물과 신관이 만나 묘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 펼쳐진다. 철제 프레임 사이로 어둡고 거친 공장의 흔적과 밝고 세련된 조명이 함께 어울려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가 있다.
 

코스모40은 공장 건물 기존의 골조와 기능 일부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코스모40은 공장 건물 기존의 골조와 기능 일부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문화 거점 공간 자리매김

2018년 코스모화학 40동은 공연, 전시, 퍼포먼스 등이 대규모로 일어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 과정에서 공장의 기존 골조와 주요 시설이 가진 매력은 그대로 남겨뒀다.

옛 화학공장에서 쓰던 설비나 장비가 남아있다. 공장 1층 기계실로 사용하던 곳은 작은 전시실로 꾸며 놓았고, 3~4층 전기공급 제어실과 중앙관제센터 등은 공장 가동 당시 설비들을 보존해 뒀다. 4층 천정에 달린 호이스트(크레인)는 지금도 작품 설치를 할 때면 가동한다.

게다가 전시와 공연, 참여형 체험 등을 활발히 기획하면서 문화 거점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실험적인 창작 무대를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소문이 나며 전국에서 예술가들이 찾아오는 장소로 유명하다. 도시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고민하는 기획 콘텐츠도 자주 선보인다.

올해만 해도 지난 5월 ‘우리들은 자란다’를 주제로 어린이와 어른이 공존하며 문화와 예술을 주체적으로 경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열었다. 또 8~9월엔 7명의 작가가 펼쳐 보이는 시각과 전통예술공연, 10월엔 ‘밴드는 무력화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인디밴드 공연도 마련했다.

성훈식 코스모40 대표는 “공장지대를 재생해서 세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거창한 의미보다 일상의 문화를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싶은 소박한 마음이다”며 “이런 마음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문화시설이지만, 조금 더 공공성을 갖고 우수한 문화예술 소재를 기획하고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