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조선업 부흥, 지금이 ‘골든타임’]철의장 제조산업 디지털·자동화로 인력난에 대응해야
상태바
[지역조선업 부흥, 지금이 ‘골든타임’]철의장 제조산업 디지털·자동화로 인력난에 대응해야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2.11.29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근 들어 지역 조선업계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철의장 분야는 수요를 감당해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지역의 한 철의장 제조업체의 작업 현장.
울산 조선업 수주실적이 본격 회복세를 타고, ‘수주보릿고개’가 마무리 됐다. 조선산업 메카의 부흥을 이끌 ‘골든타임’이 다가올 것이라는 긍정적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최악의 경우 인력난에 따른 선박 인도 지연사태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조선업계는 작업환경 개선 지원, 디지털 전환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 역시 ‘조선해양 철의장 제조산업 디지털 전환 사업’을 제1호 국책사업 사업으로 꼽으며, 국비 확보를 위해 팔을 걷었다. 두차례에 걸쳐 조선산업 현장의 현실과 미래 성장을 위한 키워드를 살펴본다.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이 최근 6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잔량은 조선소가 선박 건조 수주 계약을 체결해 놓고, 아직 선주에게 인도하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설계 단계에 있는 물량과 독에서 건조 중인 물량이 모두 포함되는 만큼 수주잔량이 많다는 것은 일감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내 조선 업체들의 수주 잔량은 앞으로 3년간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정작 조선업체들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 앞서 수주절벽 기간동안 상당수 노동자가 조선소를 떠났고, 대형조선소 협력사에선 인력난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물이 들어왔지만, 노 저을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A 조선업체 관계자는 “2017~2018년 조선업 수주절벽이 극심했던 시기에 많은 근로자들이 반도체 시설이나 건설현장 등으로 떠났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시설 현장이 조선 블록공정과 업무가 유사해 조선소 숙련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당도 1.5배 이상”이라면서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조성할 계획이라 조선업계 인력난은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그는 “후방업체에서 인력이 부족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종 납기 일정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배 한 척에서 두 척, 세 척 등 인도 지연에 따른 배상금도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라면서 “지금도 일부 협력사들이 물량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인력난이 주로 철의장 업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울산지역 조선업계와 관련된 철의장업체는 150여곳으로 포항에서 울산을 지나 기장, 양산까지 분포하고 있다. 철의장 업체 대부분이 종업원 30명 안팎, 연 매출 100억원 미만으로 영세하고 작업 환경과 임금도 열악해 인력 채용이 쉽지 않다.

철의장 제조산업은 금속원자재를 절단, 가공, 용접, 사상, 후처리 공정을 거쳐 전방산업 수요에 따라 비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특히 철의장은 조선해양산업 수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산업으로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 숙련인력이 매우 중요한 자원이며, 철의장 제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체 공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김기탁 대한민국명장회 울산지회장은 “하네스라는 작은 부품이 공급되지 않아 현대차가 생산을 멈춘 적이 있었다”며 “철의장 인력난으로 선박 블록 초기 제작에 필요한 파이프와 케이블 트레이 등이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면 선박도 공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실제 그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수주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수작업에만 의존해야 하는 철의장 분야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조선산업 부흥의 기회임이 분명하지만, 기회를 손에 쥐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업계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정부 대책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 정부는 울산시가 요구한 ‘조선해양 철의장 제조산업 디지털 전환 사업’에 대한 예산을 선박 수주가 증가해 조선업이 호황이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최근 잇단 수주로 조만간 작업이 급증하는 만큼 조속한 디지털·자동화를 통해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로 정부 부처를 설득하고 있다.

최근 마련된 철의장기업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안효대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조선산업은 후방 인프라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다. 내년도 국책사업인 ‘철의장 제조산업 디지털전환 지원 사업’을 반드시 유치해 지역 철의장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모기업인 현대중공업과 울산시, 정부 등이 힘을 모아야 할 것”라면서 “현대중공업에서도 전후방 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기술적 교류에 심혈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발언대]위대한 울산, 신성장동력의 열쇠를 쥔 북구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울산 남구 거리음악회 오는 29일부터 시작
  • 울산시-공단 도로개설 공방에 등 터지는 기업
  • 울산 북구 약수지구에 미니 신도시 들어선다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4)충숙공 이예 선생 홍보관 - 접근성 떨어지고 자료도 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