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빅 스텝에 이어 이달 베이비 스텝을 단행했지만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자제 요청을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전날 기준 1년 만기에 연 4.98%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먼저인 지난 13일 1년 만기에 연 5.18%의 금리를 제공, 연 5% 예금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4일 연 4.98%로 내려간 뒤 좀처럼 다시 5%대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대표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7%까지 떨어졌다. 이 상품은 지난 14일 처음으로 연 5%대에 올라섰지만 불과 2주도 안 돼 금리가 0.3%p가량 하락했다.
다만 일부 지방은행에서는 연 5%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BNK부산은행(연 5.4%), SH수협은행(연 5.3%), 전북은행(연 5.3%) 등은 연 5%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첫 거래 우대, 통장 개설, 마케팅 동의 등의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만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은행 중 아무런 조건 없이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은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진 셈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은 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 자제를 당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예금 금리가 뒷걸음질 치는 동안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어 금융소비자가 그 피해를 본다는데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34%로 한 달 새 0.19%p 높아졌다. 이는 2012년 6월(5.38%)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4.82%)는 9월보다 0.03%p 올랐다. 오름폭은 크지 않았지만, 2012년 5월(4.85%) 이후 가장 높았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7.22%)는 0.60%p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3년 1월(7.02%) 이후 처음이지만, 11월에는 소폭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연 3.7%~4.0% 금리의 안심전환대출이 취급된 데다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낮은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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