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나 드라마 등 각종 매체를 접하다 보면 심폐소생술(CPR)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보게 된다. 국내외의 다양한 현장에서 이 술기(術技)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다는 실제 사례가 소개되기도 한다. 지난 10월29일 일어난 이태원 사고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면서,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접할 때마다 전문의로서 항상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정말로 심폐소생술이 필요했던 상황은 몇이나 되었을까. 실제로 현장에서 한 달에도 몇 번씩이나 심폐소생술 및 이후 처치로 심장박동을 되돌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생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성인이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해 폭발적 힘을 가하는 이 행위는 의료진들도 장기적으로 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불가능해 2분마다 교대로 시행한다. 이런 힘든 술기가 매체에서는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게 소개된다. 어린아이가 혼자서 어른에게 시행해 영웅이 되기도 하고, 쓰러진 사람이 심폐소생술 후 몇 분 안에 다시 멀쩡히 소생되거나 심지어 소생 후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사례가 소개돼 놀라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닥치는 위급상황은 실신, 경련, 저혈당, 심정지, 호흡곤란 등 다양한다. 이 가운데 심폐소생술은 정확히 심정지에만 쓰는 술기이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도 위험 부담이 있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 처치의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지만, 심폐를 압박하는 행위를 하는 것보다 심정지 상황인지 정확히 인지하는 능력과 왜 압박을 시행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많은 공공기관과 사설기관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중이며, 이 교육은 일반인 과정과 보건의료인 과정으로 나뉜다. 이 중 일반인 과정의 초반교육이 바로 심정지 환자의 인지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다. 압박을 제대로 행하게 되면 심장 바로 앞에 있는 갈비뼈와 복장뼈가 모조리 골절된다. 그래야만 손으로 가하는 압력이 뼈 밑에 위치한 심장까지 전달되어 정지된 심장이 수동적으로 수축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심폐소생술 자체가 몸에 엄청난 손상을 주게 되는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환자에게 행할 경우에는 흉부 골절뿐만 아니라 심폐에까지 손상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쓰러진 환자에게 행하는 것이 아니라, 심정지 상황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필요하다.
사람의 심장이 멈추게 되면 전신에 흐르는 혈류는 중단되고, 장기 중에 뇌 손상이 가장 빨리 시작된다. 몇 분만 흘러도 뇌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호흡과 혈액순환을 수동적으로 행하는 것이 바로 심폐소생술이다. 다시 말하면 심장충격기 및 의료진의 의료행위를 통해 심장박동을 다시 만들기 전까지, 뇌에 대한 손상을 줄여주는 행위이다. 어떻게 보면 시간을 벌기 위한 처치이다. 적절한 대처를 위해서는 이러한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자의 동의 없이 심폐소생술을 행했을 때,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 사망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 여성에게 시행했을 때 추행이 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다행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로서 형사책임은 감면받을 수 있으므로 크게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선례도 없다.
다만 단순히 압박을 행하는 행위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상황에 행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서 심폐소생술의 원리나 심정지 환자의 인지능력을 기르고 고품질의 가슴압박 능력을 갖춘다면, 더불어 자동심장충격기(AED)의 사용법을 갖춘다면 누구라도 소중한 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심폐소생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단순히 압박 행위만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응급의료체계를 한걸음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성민 외과전문의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