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탄생 이래 인간은 끊임없이 여행을 해왔다. 물론 여행이 비단 인간만의 자유나 욕구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인류 진화의 과정 또한 이동이나 여행으로 설명될 수 있을 지경이다. 3만 년 전의 호모사피엔스는 자바섬에서 너른 인도양을 갈대를 엮어 만든 배를 타고 호주에 도착했다고 한다. 1만 년, 또는 그 이전에도 인류는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대륙으로 태평양을 건널 때 이미 규모있는 배를 만들어 건너갔다. 그 인류의 흔적들을 보면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다. 고대 먹이 사냥을 위한 이동, 농업발전과 정착 이전까지의 유목민적 이동, 이후 정복과 개척은 인류의 시작부터 존재했던 모빌리티(mobility)의 근본이었다. 굳이 칭하자면 여행이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낭만이나 설렘 같은 것이라면, 이동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설명해 볼 만한 것이겠다.
모빌리티의 변천사는 대단히 극적이다. 1만5000년의 인류사에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걸어서 이동하거나, 마차, 기관차, 목선 정도의 이동 수단만 있었을 뿐이다.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에서 전자 시스템으로, 다시 소프트웨어로 눈부시게 변화·발전한 것은 불과 20년 사이의 일이며, 그 변화는 거의 혁신적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변화는 드론, 하늘을 이동통로로 활용하는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과 같이 육지에서 하늘로 교통이나 이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수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거대한 튜브 속으로 기차객량과 같은 캡슐을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하이퍼루프까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단거리 분산 이동 수단으로 전기 킥보드, 자전거, 스쿠터 등이 대중화되었고, 이는 곧바로 공유 모빌리티로 발전하게 되었다. 도심 순환 대중교통은 도심과 부도심의 경계에 있는 모빌리티 환승 거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라운지와 같은 환승 거점은 단지 이동만을 위해 거쳐 가는 장소가 아니라, 이동을 매개로 한 승객의 데이터를 발생시키고, 이를 분석해 같은 목적지와 취향을 가진 사람 및 이동 수단을 연계해 주는 요소로 발전하고 있다. 모빌리티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을 넘어 사람 간 교류를 지원하는 새로운 서비스 객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한편, 모빌리티를 조금 포괄적으로 규정해 사람의 이동, 물자의 이동, 자본의 이동, 정보의 이동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콜택시 비즈니스로 시작한 동남아 최대 규모의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GRAB)이 모빌리티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보험상품개발, 전자상거래 등의 금융업을 손에 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로 촉발된 모빌리티 혁명은 기존의 교통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이동과 교통에서의 개인화와 안전, 비대면, 분산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비약의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이러한 모빌리티의 영역을 넘는 비약과 발전은 기존 업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슈퍼앱을 꿈꾸는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하늘길 사업에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앱 하나만으로 목적지까지 가는데 필요한 소위 ‘이동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통합교통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모빌리티의 기술력과 관련 데이터 활용을 고도화해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선점 열기가 뜨겁다. 향후 모빌리티에 대한 패권은 ‘누가 이동 수단을 잘 만들 것인가’의 문제에서 ‘누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로의 전환을 선점하는가에 달려있다. 미래의 모빌리티는 3가지 방향, 즉 친환경, 도심항공(UAM), ICT융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히 탈 것을 넘어 이동의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자율, 공유, 그리고 연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체제로 혁신되어야 할것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