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이 원인이 돼 감염되지 않은 몸의 다른 부위에까지 심각한 영향이 생기는 상태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4900만명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 1100만명이 사망한다. 2.8초마다 1명이 사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매년 2500명 이상이 패혈증으로 사망하지만, 관심이 높진 않다. 이런 패혈증에 대해 이완석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면역저하자, 증상 없을 수도
패혈증은 사람의 몸이 세균이나 기타 미생물에 감염돼 이들이 생산한 독소에 의해 중독 증세를 나타내거나, 전신성 염증 반응, 심각한 장기 손상이나 합병증을 보이는 증후군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피가 썩는 병으로, 상처, 호흡기, 소화기관 등으로 침투한 혈액 내 병원체가 숙주의 면역체계를 뚫고 번식하는 데 성공해 숙주를 이겨 버린 상태다.
초기 증상은 호흡수가 빨라지고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인지력이 떨어진다. 또 정신 착란 등의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혈압 저하로 신체 말단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들어 피부가 시퍼렇게 보이기도 한다.
세균이 혈액 내에 돌아다니는 증상인 균혈증이 있으면 세균이 혈류를 따라 돌아다니다가 우리 몸의 특정 부위에 자리 잡아 그 부위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특이한 피부 변화가 나타나서 패혈증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소화기 계통의 증상으로 구역, 구토, 설사, 장 마비 증세가 나타나고, 심한 스트레스로 소화기의 출혈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완석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는 “대표적인 증상으로 발열과 오한이 일어나며, 심장 박동이나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숨이 찬다”며 “피부가 푸르게 보일 때는 36℃ 이하의 저체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노인이나 면역저하자 등은 아무런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처 발생 땐 즉시 소독
패혈증의 원인은 감염이다. 고령층의 경우 특정 약물 사용 등으로 패혈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또 질병에 의한 합병증으로 생길 수도 있다. 질병으로는 중이염, 폐렴, 복막염, 욕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보다 더 다양한 질병이 발생 요인이다.
특히 면역계가 항원을 인식하면 바로 염증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짧은 잠복기를 가지고, 균종과 면역 상태, 처치법에 따라 수 시간에서 수일 안에 사망하거나 만성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반대로 완치해 원만하게 회복할 수도 있다.
이 전문의는 “상처가 생겼을 때 즉시 소독하지 않으면 미생물이 침투할 매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며 “큰 외상을 입었을 때 사망하는 주원인 중 하나가 패혈증인 것도 이런 이유”라고 소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활 속 감염 주의
패혈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감염 확인부터 시작한다. 이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시간에 패혈증을 진단하는 것이다. 중증 패혈증 국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혈중 젖산 농도를 측정하고, 자세한 병력 청취와 임상적인 자료, 검사실 자료, 영상의학적 자료를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 후에는 적절한 수액 치료와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항생제 투여, 각 장기의 기능 보조 등이 있다. 무엇보다 항생제는 광범위하게 조기에 투여해야 감염 원인균에 작용할 수 있다.
혈압 유지를 위해서는 수액 치료도 필요하다. 패혈 쇼크 환자의 경우 코티코스테로이드의 투여가 고려될 수도 있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패혈증은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그래도 예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패혈증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병원 내 감염에 의한 중증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관과 방광 카테터 등 침습적 시술을 신중히 결정하고, 꼭 시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용 기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패류는 충분히 익혀 먹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바닷물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어패류는 5℃ 이하 저온에서 보관하고, 85℃ 이상으로 가열해서 먹는 게 좋다. 식재료를 헹굴 때도 흐르는 수돗물에 깨끗이 씻고, 조리할 도마, 칼 등은 반드시 소독 후 사용해야 한다. 특히 조리 시 위생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 전문의는 “면역력에 영향을 많이 받는 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하고, 나이나 기저질환에 따라 예방접종으로 패혈증을 유발하는 감염 자체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며 “특히 당뇨환자는 요로감염이나 연부조직 감염으로 패혈증 위험이 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등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