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포부두 선박 폭발사고때
구조보트 밧줄 허리에 감아
선원들 무사히 대피 시켜
구조보트 밧줄 허리에 감아
선원들 무사히 대피 시켜

동부소방서 소속 이재영 소방사는 이날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에서 선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고 현장은 사고 선박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과 유독가스로 가득했고, 엄청난 화염에 가열된 다른 탱크가 언제 추가 폭발할지 모를 위기 상황이었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이 소방사의 눈에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대피한 선원 24명이 구조보트를 타고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문제는 부두로 접안을 하려면 볼라드(배의 밧줄을 매는 말뚝)에 구조보트의 밧줄을 묶어야 하는데 인근에 볼라드가 없었던 것. 엄청난 불길과 함께 배에서 검은 연기와 불꽃이 일고 있었으나 선원들은 구조보트에 탄 채 불과 화재 선박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부두로 접안도 못한 채 무방비하게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재영(사진) 소방사와 김동순 소방장은 부두로 달려가 앞뒤에서 구조보트의 밧줄을 직접 몸에 감았다. 이 소방사와 김 소방장이 부두의 턱끝에 자리를 잡고 버티며 인간 볼라드가 돼 구조보트를 고정한 뒤에야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선원 24명은 부두로 무사히 올라 대피를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구조보트는 물론, 사람들이 구조보트를 오르고 내릴 때의 무게를 전부 지탱하던 이 소방사는 허리에 부상을 입어 울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소방관은 치료를 받고 현재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상태다.
이 소방사는 “소방관이라면 그 상황을 마주했을 때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 사명을 가지고 소방관이란 직업에 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인명구조 활동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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