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은 추억의 식당이 사라질 수 있지만,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박물관은 결코 없어질 수 없어요. 가족의 역사를 기억하는 박물관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울산박물관은 울산의 정체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메트로 울산의 축소판이자, 울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 주는 공간이다. 시민들은 박물관에서 자신이 서 있는 시공간 상의 좌표를 찾고, 울산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얻고 있다. 이런 울산박물관에 조규성 관장이 새로 부임했다. 조 신임 관장은 울산 최초 학예연구사, 학예연구관은 물론, 박물관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관장으로 돌아온 최초의 인물이다. 최초 타이틀이 많은 조 신임 관장과 지난 9일 울산박물관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조 관장은 지난 2019년 박물관과 관련된 일로 시청 본청으로 떠났다가 반구대 암각화(대곡천암각화군) 일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업무에도 참여했다. 이후 지난 2일 자로 개관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며 손길 한 번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애착이 가는 공간으로 돌아왔다.
조 관장은 “박물관은 학예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학예사와 토론하고 이들의 원하는 방향의 전시로 이끌어가면 결국 시민이 원하는 전시를 할 수 있다”며 “어린이 생활 밀착형 체험이 가능한 가족과 함께하는 박물관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관람객이 많이 찾는 전시보다는 체류시간이 긴 전시, 즉 하루 종일 박물관에서 살아도 될 정도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치고 감동을 주는 전시를 자주 열고 싶다고 했다. 나아가 아이들이 자라며 박물관에서 놀며,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다시 자녀와 부모와 함께 박물관 곳곳에서 추억을 찾게 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체험형 박물관이 되고 싶다는 것이 조 관장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반구대암각화와 연계한 전시 기획도 선보일 예정이다. 조 관장은 “반구대와 관련한 사항은 반구대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과 암각화 박물관에서 하고 있지만, 반구대 모형을 이용해 영상을 제작하고 실감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 오는 상반기 공개할 예정”이라며 “분관인 대곡박물관과 약사동제방유적전시관에서도 각 박물관과 전시장 특성에 맞도록 자체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올해도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관장은 “시민들에게 좋은 유물을 선보이고, 감동도 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세대를 이어주는 성숙한 울산박물관에 자주 찾아와 역사를 기록해 달라”고 말했다.
조규성 신임 울산박물관 관장은 경북대 대학원(사학과·서양사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2003년 울산 첫 학예연구사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울산시박물관추진단에서 학예연구관으로 울산박물관 개관을 돕고, 반구대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 단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역 박물관에서 공립박물관 역할에 관한 연구’ ‘읽고, 쓰고, 생각하는 역사학’ 등의 논문도 발표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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