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만 성인 문해학습자 위한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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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만 성인 문해학습자 위한 동화책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3.03.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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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라 글을 못 배워 평생 한탄 속에서 글 한 줄 읽지 못하고 지낸 전국의 성인 문해학습자를 위한 동화책이 나왔다.

엄계옥(사진) 시인이 글을 쓰고, 백다혜 작가의 감성적인 그림을 더해 성인 문해학습자가 한 권의 책으로 삶을 바꿀 수 있도록 엮어낸 문해동화 <다시 찾은 나의 반쪽>이 출간됐다.

엄계옥(사진) 시인
엄계옥(사진) 시인

문해동화 <다시 찾은 나의 반쪽>은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한 성인 문해학습자 260만여 명을 위한 책이다. 이 수는 각 지자체에서 조사한 통계적 자료를 근거로 한 수치다. 응답을 피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못해 한글을 깨치지 못한 인원은 더 있을 수도 있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을 겪고 가족 부양과 경제 개발에 힘쓰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우리네 부모세대다. 이들은 글을 몰라 임금을 떼인 적도 부지기수고, 계산이 서툴러 사기를 당한 적도 허다했다. 어떤 이는 어렸을 때 남의 집 애 보기로 가서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집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글을 읽고 배운 사람을 위한 책은 차고 넘친다. 내 나라 글 한 줄 읽지 못하는 성인 문해자를 위한 동화책은 없기에 만들어졌다. 책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산보다 높은 배움의 문턱’ ‘모음 여섯 글자’ ‘모음 스물한 글자’ ‘자음소리’ ‘말소리의 생성 원리’ ‘자음과 받침소리’ ‘무의식과의 화해’ 등으로 주인공이 글을 익혀가는 과정을 담았다.

엄 시인은 “이미 언어 체계가 잡힌 노인이 어떻게 글을 읽고 글자로 나타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낱자로 1만여 글자를 배우기에는 무리라 생각해 원리 네 가지로만 익힐 수 있는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었다”며 “이 책을 계기로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고 지적 쾌감을 맛본다면 다양한 책을 읽는 재미도 차츰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계옥 시인은 2011년 <유심>에 시 ‘허기를 현상하다’ 등 5편으로 등단했다. 시집 <내가 잠깐 한눈 판 사이>, 산문집 <눈 속에 달이 잠길 때>, 장편동화 <시리우스에서 온 손님>을 냈다. 본보 ‘시읽는 아침’ 필진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시인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62쪽, 1만원, 문화의힘. 전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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