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3)]근로시간 개편과 노동 유연화를 위한 선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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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열의 고용노동 이슈(3)]근로시간 개편과 노동 유연화를 위한 선결 과제
  • 경상일보
  • 승인 2023.03.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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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윤석열 대통령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인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주 52시간 제도를 보완해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하겠다는 방안이 개혁의 핵심이고 노동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상태이다. 이미 양대 노총이 과로사 조장법이라고 반대한 바가 있으나, 최근 공정한 개혁의 파트너라고 여겼던 청년 사무직 중심의 MZ노조가 성명을 내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근로시간 개편안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현행 52시간에서 69시간까지 늘어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노사합의 시 주당 최대 52시간, 하루 12시간을 일할 수 있으며, 이때 퇴근 후 다음 출근 전까지 연속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뿐만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필요에 따라 노사협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제시했다. 업종별로 일감이 몰리는 사이클이 다양하므로 이를 반영해 유연 근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주당 최대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한 달(4.35주) 단위로 계산해 매월 5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근무일 사이 11시간 휴게시간을 고려해 계산하면 최대 주 69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11시간 연속 휴식권을 없애는 대신 연장근로 한도를 현행 과로사 인정기준에 준하는 주 64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추가 방안도 내놨다.

이번 제도개편은 주52시간제의 틀 안에서 1주 단위의 연장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것으로 근로시간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며, 주52시간제 내에서 특정 주에 연장근로를 더하면 다른 주는 할 수 없는 구조로 1주 단위 12시간, 단위기간에 비례한 연장총량 감축으로 연 단위 기준 주평균 8.5시간으로 노사 선택권 확대와 실근로시간 단축의 방향으로 연장근로의 관리단위와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정부안은 근로자 대표나 노조의 합의가 있어야 연장근로 변경이 가능하고 기업이 무조건 강행할 수 없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상황에 맞춰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노동계에선 몰아서 일할 수는 있겠지만 몰아서 쉴 수는 없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MZ세대 청년들이 주축인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등 8개 노조 연합체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평균 노동시간이 많은 한국이 연장근로 시간을 늘리는 것은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던 국제사회 노력에 역행하고, 주요 국가에 비해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데다 주 52시간제가 안착되지 않았다는 점이 반대의 논리다.

그러나 정부정책에 MZ세대 노조가 예상치 못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것은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건강권 보호와 휴가 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주 52시간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주 64시간제와 주 69시간제는 노사 합의로 원하는 사업장만 도입할 수 있는 일종의 근로시간선택지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주에 근로자들이 연장근로를 하고, 나머지 주는 그만큼 쉬는 구조로 연장근로 단위를 연으로 관리하면 연장근로는 기존보다 30% 감축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는 근로시간 개선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장시간 노동이 근로자 건강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제도개편으로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로가 늘어나는 상황과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보다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 확대로 법적 노동시간이 길어져 과로로 인한 위험이 증가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법정 근로시간 준수 방안이 강화돼야 한다.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 확대는 투명한 근로시간 관리가 전제되어야 하며, 기업이 포괄임금제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3중 건강보호장치를 통해 근로자 건강권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고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기획감독에 나서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통해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은 MZ세대의 특성과 일과 삶의 균형 측면을 고려해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기존 연차휴가에 더하여 안식월 등 장기휴가가 가능하도록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연차 사용률은 높아지고 있고, 2021년 기준 전체 기업의 40.9%가 연차휴가를 모두 100% 사용하고 있어 근로시간저축계좌제 활용 유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원 수가 워낙 적고 특정 업무담당자가 한 명인 경우가 많아 업무공백이 길어지고, 대기업처럼 업무가 팀별로 나누어져 있지 않아 직원들이 모든 일을 수행해야 하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청취하고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사 합의 하에 연장근로 제도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노조가 없고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마련도 필요하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연장근로 총량관리(안)  (자료:고용노동부)
구분 현행 추가 선택지
1주 월(1개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1년)
총량 12시간 52시간
감소없음
140시간
156시간 대비
90%
250시간
312시간 대비
80%
440시간
625시간 대비
70%
한도 12시간 주평균 12시간 주평균 10.8시간 주평균 9.6시간 주평균 8.5시간
도입 × 근로자 대표 서면 합의
실시  연장근로시 당사자간 합의(현행과 동일)
건강
보호
× ①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등 건강보호 조치    
② 분기 이상부터 단위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 감축


※건강보호 조치 관련 검토 사항  ①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인정 기준 :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② 11시간 연속 휴식에 상응하는 추가적인 건강보호 조치를 부여하는 방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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