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칼럼]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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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칼럼]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재명
  • 김두수 기자
  • 승인 2023.03.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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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수 서울본부장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DJ 1924~2009)은 대통령으로 가는 길에 6년 감옥살이, 10년 연금생활에 이어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숱한 고비마다 민주화 동지들의 안전을 조건으로 ‘자신만을 감옥에 가둬달라’고 호소하다시피 했다. 대선 재수생에서 패배 후엔 동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피눈물을 삼키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수년이 지난 뒤 국내 정치상황이 요동치면서 다시 DJ를 소환한 민심은 대선 3수만에 기어이 꿈을 이루게 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16대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1949~2009)은 정치적 고비마다 자신의 안위보다 자기 희생정신이 강했다. 영호남의 벽을 허물겠다며 14대 총선(1992년)에서 험지 중의 험지 부산행 열차에 오른다. 하지만 완패했다. 노무현은 멈추지 않고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했고 역시 꿈을 이루진 못했다. 이때부터 ‘바보 노무현’과 함께 시작된 ‘노무현 신드롬’의 뜨거운 열기는 식지 않았고 마침내 청와대를 접수하게 된다.

헌정사에 이미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정치적, 역사적 평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고비마다 자기희생이 점철된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어떠한가.

인간 이재명과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다르다. ‘안동 촌놈’에서 화려한 도시 성남으로 삶의 터를 바꾼 그의 유년시절은 가난에 허덕인 ‘공돌이’였다. 나홀로 주경야독으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데 이어 사법고시 합격까지의 스토리 라인은 이재명의 인간승리다. 여기까지가 제1막, 감동스토리다. 성남시장에 이어 경기도지사에서 문재인 정부 집권당의 대선 후보로 등극한 리얼스토리는 제2막이다. 1막의 감동적 동력이 2막까지 견인한 셈이다.

클라이막스인 3막의 성공여부는 어떻게 될까. 정치리더로서 자기희생과 국민감동 여부에 달렸다. 현대사회에서 리더에겐 ‘공·감·균’(공감능력, 감수성, 균형감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도덕성 시비와 윤리적 리스크에 직면할 때면 과감하게 ‘읍참마속’의 결단이 요구되는 것 역시 ‘공·감·균’과 관계가 있다. ‘감동’이 곧 정치생명이다. 여기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건 ‘일관성’이다. 리더가 스스로의 ‘공언’(公言 예컨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등)을 정면으로 뒤집을 땐 확실한 이유와 함께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미국의회 청문회에서도 도덕성을 중시하지만 일관성도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이재명 대표에게 있어 자기희생의 감동으로 반전을 시도해야 할 골든타임은 대선 패배 직후였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을 버리고 원내 입성이 쉬운 인천으로 갔고, 이어 당대표 도전장까지 내밀었다. ‘장수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리더들의 평범한 철학을 무색케 할 만큼 이상한 동선이었다. 결과적으론 대선 패배직후 남은 에너지를 허탈감에 빠진 당원과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자기희생 보다는, 자신의 안위에 방점을 찍은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현재 민주당 의원은 과반을 훌쩍 넘는 169명이다. 사실상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 대표의 심장부를 강타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면서 ‘169층’의 초대형 빌딩이 심각한 균열로 휘청대고 있다. 그럼에도 ‘친명’ 주류들은 여전히 ‘이재명 지킴이’로 서 있는 형국이다.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여론추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50% 안팎의 독보적 여론을 유지했던 구여권 대선 재수생 이회창도 신기루로 끝났다.

리모델링이냐, 아니면 전면 개보수냐. 역사와 전통을 가진 제1야당이 벼랑 끝에서 중대기로에 직면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이재명 개인사’ 때문이다. 최악의 고비마다 선제적 자기희생으로 당을 지켜오면서 동시에 국민의 편에 선 ‘감동’으로 정면 돌파했던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를 과연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김두수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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