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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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 강민형 기자
  • 승인 2023.03.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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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형 사회부 기자

지난 13일 울산 남구 신정동 1238­10 일원 주상복합 공사에 대한 시교육청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열렸다. 결과는 불승인. 학생 안전과 정서 등이 중점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심의에서는 구체적으로 학교 후문쪽으로 나있는 주상복합 건물의 차량 진·출입구를 학교쪽이 아닌 봉월로로 변경하고 44층 규모의 건축물 높이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시교육청의 불승인 결과에 허가권자인 남구도 시행사 측에 보완 통보를 보냈다. 시행사 측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봉월로로 나 있던 주 출입구가 울산시 교통환경영향평가를 거치면서 안전, 정체 등을 이유로 학교 후문쪽에 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49층 규모의 주상복합을 44층 규모로 이미 한차례 변경해 확정한 것과 관련, 토지 매입이 완료된 상황에서 또다시 건축물 높이를 변하는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서 초등학교 바로 옆으로 주상복합 공사가 진행된다는 것부터 시작됐다. 후문 앞 이면도로를 끼고 바로 공사현장이다보니 인근 주민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졌고 이에 시행사 측에서는 설명회 등 학교와 학부모 측과 소통에 나섰지만 접점은 찾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한 결과를 허가권자인 관할 지자체에 통보해 검토를 권고할 수 있는 교육환경영향평가는 중요했다.

하지만 보완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교통환경영향평가에서 검토된 ‘출입구 위치’가 교육환경평가에서는 불승인이 난 것과 관련 담당 부서 등은 교통 안전과 타 건축 현장의 선례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입장으로 출입구 변경은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통환경영향평가와 건축물 높이 등 허가는 울산시의 개별 부서에서, 교육환경평가는 교육청이, 최종 허가는 남구청이 각각 업무를 보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이들의 결정은 제각각 명확하지만 단절적인 부분이 많다. 남구는 시행사에 불승인 내용 보완 통지 후 재검토를 통해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절차상 문제되는 점이 없으면 보완이 되지 않더라도 사업 허가가 날 가능성은 높다. 교육환경평가 불승인 건에 대한 재검토는 확신할 수 없게된 것이다. 때문에 학부모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공사 중 노출되는 학생 안전도 고려해달라고 호소한다.

큰 배일수록 사공의 역량이 중요하다. 커다란 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강민형 사회부 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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