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구속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울산의 유력인사 A씨에게도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복수의 야권 관계자와 당사자(A씨)에 의해 확인됐다.
하지만 A씨는 이 전 부총장의 접촉 시도 또는 돈봉투 의혹에 대해 “돈봉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못박았다.
2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부총장이 당시 전당대회 가도에서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울산에서 전방위로 뛰고 있는 A씨에게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부총장이 전당대회를 1~2개월 앞둔 결정적 시점에 송 전 대표를 지원하는 울산의 A씨를 비롯해 전국 조직책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때문에 당시 모임에서 이 전 부총장에 의해 ‘돈봉투’가 전국의 원외 인사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살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따라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수천건의 녹취록을 비롯해 최근 프랑스에서 귀국 직후 출국 금지 조치된 송영길 전 대표 등 직간접 의혹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사정당국의 최종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선호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은 “누구든 의혹이 제기되면 늦지 않게 확실하게 털고 가야한다”고 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의 ‘돈봉투 의혹 리스트’ 가운데 울산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인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기류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의 다른 관계자 역시 본보 취재진에게 이러한 기류를 뒷받침할 정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당시엔 상대후보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사비까지 쓰면서 뛴 것으로 안다. 그 당시 캠프 총괄책임자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었고, 울산지역 책임자는 A씨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본보 취재진과 세차례 전화 인터뷰에서 비교적 소상하게 전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그 당시(2021년 전당대회) 송영길 후보의 지역 책임을 맡은 것은 사실이며, 이정근 전 부총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도 맞다”고 확인한 뒤 “하지만 돈봉투와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잘라말했다.
이어 “이 전 부총장과는 오랫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자연스레 대화와 모임을 가져온 사이로, 전대가 가까워 진 시점에 (서울로)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전국 조직책임자들을 불러모은 자리였다”면서 “하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못간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총장이 매우 서운함을 나타낸 것으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A씨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현재까지 알려진 10여명의 현역 국회의원 외에도 전국 원외 조직책 가운데 상당수가 연루된 돈봉투 의혹으로 확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또 ‘이 전 부총장이 직접 울산으로 만나러 오진 않았느냐’라는 취재진의 거듭된 물음엔 “단 한번도 울산에 내려오지는 않았다. 송영길을 보고 도운 것이지, 누군가에 의해 돈 몇푼 보고 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때 서울 모임에 참석했더라면 나도 자유롭지 못하지 않았겠나. 지금 생각해보니 천만다행”이라고 심경을 밝힌 뒤 “그동안 경찰과 검찰 등(사정당국)으로부터 전화 한통 받은 적 없었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 인사는 내년 4월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이미 일선 정치에서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