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식의 일자리&고용]울산 차부품산업 고용위기, 노사민정 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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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식의 일자리&고용]울산 차부품산업 고용위기, 노사민정 협력 필요
  • 김창식
  • 승인 2023.04.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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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상식 울산일자리재단 연구평가팀 선임연구위원 울산고용안정지원센터장

울산의 3대 주력산업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은 지역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이다. 2020년 경제총조사 기준으로 지역 제조업 고용의 거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마저도 조선업 고용위기로 고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다만, 생산액이 큰 석유·정유화학 산업의 고용비중은 약 13%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울산의 고용을 이끌어온 이 두 산업에서의 고용상황이 최근 심상치 않다. 조선업은 불황으로 인해 지난 2016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고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 동구는 지난해까지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는 조선업 업황 개선으로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오히려 구인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산업은 경기적 요인이 아니라 탄소중립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배출가스 규제를 넘어 점차 내연기관차의 운행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를 이유로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을 늘리고 있다. 그 결과로 지구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기차 등으로의 전환이 자동차부품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수가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내연기관 부품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 내연기관차 판매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미국과 EU 등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근거로 전기차 보급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어서 앞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울산시는 지난 2021년 11월20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현대차 노사 등 노사정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울산자동차산업 노사정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2021년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추진 성과 보고와 ‘울산 지역주도형 자동차부품산업 전환지도 작성 연구’ 주제발표, 노사정 토론 등이 진행됐다.
▲ 울산시는 지난 2021년 11월20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현대차 노사 등 노사정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울산자동차산업 노사정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2021년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추진 성과 보고와 ‘울산 지역주도형 자동차부품산업 전환지도 작성 연구’ 주제발표, 노사정 토론 등이 진행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울산시는 북구, 울주군과 함께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2021년부터 5년간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을 대상으로 한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이하 고선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저탄소·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의 고용위기 가능성을 진단하고, 이에 지역 노·사·민·정 거버넌스를 토대로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의 고용안정과 미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자동차부품 산업 실태조사 및 전환지도 작성 연구’도 같이 수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2020년 3만7682명이던 지역 자동차부품산업의 고용은 전기차 전환에 따라서 2030년에는 최대 9406명이 줄어든 2만8276명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전망했다. 그리고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 고용서비스 기능 강화, 미래차 전환을 위한 훈련 기능 강화, 작업환경 개선 지원, 지역고용 거버넌스의 구축 등의 고용지원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선패 사업’은 원래 벨기에 ‘림뷔르흐(Limburg) 모델’을 토대로 기획됐다. 이는 2012년 10월 Ford의 Genk공장 폐쇄 발표(2014년 완전 폐쇄)로 연관산업을 포함한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서 Flemish 주정부가 추진한 ‘림뷔르흐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계획은 경제회복과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단기, 중·장기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단기적 대응은 주로 직면한 실업문제와 관련하여 노동자 재취업 지원, 청소년·고령자·저숙련 노동자 등에 대한 직업훈련 지원 및 강화, 투자유치, 건설 공사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장기적 대응은 지역의 일자리 자체를 확대하는 조치들이다. 구체적으로 제조업, 물류 및 이동성, 레저 경제, 창조경제, ICT 등 산업 육성 및 강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공장 폐쇄로 인해 줄어든 일자리 자체를 늘리고자 한 것이다.

4500명 규모의 공장 폐쇄가 일시에 결정된 ‘림뷔르흐 모델’과 울산의 현실은 약간 다른 상황이지만, ‘림뷔르흐 모델’에서처럼 단기적인 실업 대책과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고용위기에 대응하는 방법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 관건은 구체적인 실행과정이다.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그 성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지역의 현실이 잘 반영된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곳에서 성과가 좋았던 프로그램이라고 무조건 잘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시기에 지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논의와 관련 연구들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선패 사업 추진과정에서 ‘자동차부품산업 실태조사 및 전환지도 작성 연구’도 병행하게 된 것은 이와 같은 필요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세부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수정·보완 작업도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는 고용위기로 인한 폐업과 실업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조선업 경기불황으로 인한 고용위기 상황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노사민정 거버넌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혼자서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림뷔르흐 모델’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라 협력적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내지 않으면 그 어떤 지원 프로그램도 제대로 된 효과를 내기 어렵다. 노·사·민·정 거버넌스에 근간하여 고선패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상식 울산일자리재단 연구평가팀 선임연구위원 울산고용안정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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