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암공원으로 ‘난장’을 옮긴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대왕암공원으로 나들이 나온 관광객마저도 모두 도깨비가 흡입한 것처럼 행사장이 북적였다.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울산민예총)이 지난 10일 ‘예술생존주의’를 주제로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일원에서 마련한 제19회 울산민족예술제 도깨비난장은 공연과 전시, 버스킹, 체험, 영화 상영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채워 휴일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올해 행사장은 잔디마당, 미르정원, 예술촌 프로젝트 등으로 공간을 나눌 만큼 규모도 커져 단 하루만 열리는 축제가 아쉬울 정도였다.
특히 대왕암공원 입구에 마련된 미르정원에서는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코미디 매직벌룬쇼, 창작 연극, 택견무 시연, 관악기 특유의 흥겹고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내는 5인조 브라스밴드 갓 브라스 유 공연과 3명의 바리톤이 들려주는 음악 공연이 끊임없이 이어져 관람객을 행사장으로 이끌었다. 또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는 나무와 나무를 밧줄로 매단 집라인, 흔들거리는 버마다리, 꿀렁대는 슬락라인, 거미줄 타기, 누워서 자연을 즐기는 해먹까지 숲 밧줄 놀이터가 인기만점이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오토캠핑장에 마련된 예술촌 프로젝트에서는 이름 그대로 ‘시끄럽존’이 운영되는가 하면 운세를 봐주고, 라면 끓이기 대회도 열려 관심을 끌었다.
김교학 울산민예총 이사장은 개막사를 통해 “울산민족예술제 도깨비난장이 동구의 대자연에서 열리게 되니 색다른 기분이다”며 “민주주의가 우리 모두에게 평등한 것처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예술을 누구나 평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민예총은 개막식에 이어 김평수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하 한국민예총)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시의 편파주의, 개발주의 문화정책을 규탄’하는 한국민예총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울산시는 2023년 울산예술인 공모사업에서 ‘신생예술단체 지원사업’과 ‘전문예술단체 지원사업’을 위한 예산 약 12억원을 전액 삭감해 풀뿌리 지역 예술단체는 그동안 울산문화예술 창작의 산실이 되어왔던 정기공연조차 올리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추경에서 문화예술진흥 예산은 35억원이 증가했음에도 예술단체 지원사업 예산은 단 1원도 반영되지 않아 지방시대 지역기반 문화예술을 포기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며 “김두겸 시장이 단체장 교체와 상관 없이 지속적인 민주주의와 도시경쟁력을 위해 지역문화예술생태계의 기초가 되는 예술인·예술단체에 대한 공정하고 상식적인 지원에 나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