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론화 등 절차와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시의회 상임위의 판단으로, 울산시의 추진동력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5일 2023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계수조정에 나서 울산시가 예산안 심사를 요청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의 총예산 250억원 중 부지 매입비 50억원을 제외한 기업인 흉상 조형물 설치 사업비 200억원을 삭감했다.
산건위는 이날 예산 심사에서 삭감 사유로 “기념사업인 만큼 시민이 공감하는 명품 기념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절차와 시기를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가 고려한 절차는 위원회 구성, 대상자 선정, 사업지 매입, 공론화 등이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기업인 조형물 건립 예산 200억원 삭감은 다행이다. 무리한 사업추진이 빚은 결과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당은 “아직 절차가 남아있다. 다음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토지매입 예산 50억도 삭감돼야 한다. 만약 삭감하지 않는다면 뜨거운 시민여론이 잠잠해질때를 기다려 재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시민적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울산시당도 이날 ‘울산시는 기업인 조형물 건립 나머지 예산 50억원을 모두 삭감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시당은 “나머지 예산 50억을 삭감하지 않고, 조례 통과 이후 위원회를 구성해서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울산 시민의 더 큰 반대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최근 울산시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당과 시민단체, 경제인 단체 등에서 찬반양론이 뜨겁게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지역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울산시가 시민 여론수렴 없이 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시의회 심의에 앞서 “재벌 총수 조형물을 울산 랜드마크로 건립하면 울산시가 기업인을 우상화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반발하며 사업 추진에 앞서 시민 공청회와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울산상공회의소 등 경제인 단체와 일부 시민 단체는 ‘산업수도’ 울산의 정체성과 기업 연고 의식 확보라는 차원에서 이 사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울산상의 등은 “이 사업은 장기적으로 울산에 대한 연고 의식을 되살려 기업 이탈을 막고, 재투자를 유인해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윤 추구 이상의 꿈과 도전 정신을 가졌던 창업가 정신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총수 조형물 건립사업을 폐기하고 중대재해 사망 노동자 추모공간 조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울산과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주역은 노동자들이며 성장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희생됐다”며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이어지며 울산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그 가족인 울산 시민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형중·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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