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문답]어려운 암릉구간과 멋진 풍경, 산행의 묘미와 여유 ‘일거양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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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문답]어려운 암릉구간과 멋진 풍경, 산행의 묘미와 여유 ‘일거양득’
  • 김창식
  • 승인 2023.06.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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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산은 인근의 천태산, 선암산, 구천산, 토곡산 등과 연결되어 있는데, 대체로 해발 600m이나 700m의 높이다.

1.

금오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전국에 많다. 대표적인 산이 경북 구미의 금오산, 경북 경주의 금오산, 경남 하동의 금오산, 전남 여수의 금오산, 충남 예산의 금오산 등이다.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경남 양산의 금오산도 있다. 금오산의 한자 표기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金鰲山과 金烏山이다. 경주와 하동, 여수는 金鰲山이고 구미와 예산, 양산은 金烏山이다. 金烏山이라는 지명은 어김없이 황금 까마귀와 관련이 있다. 구미의 금오산은 이곳을 지나던 아도(阿道)가 저녁놀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예산의 금오산도 백제 말엽 의각화상이 부처를 모실 곳을 찾다가 금까마귀 한 쌍을 쫓아서 왔다가 그들이 자취를 감춘 곳에 절을 지으니 이로 인하여 산 이름을 금오산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양산의 금오산(766m)은 구미의 금오산이나 경주 금오산에 반해 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세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양산의 금오산이라고는 하지만, 양산과 밀양(삼랑진읍)의 경계에 자리한 산이어서 엄밀하게 말하면 양산·밀양의 금오산이라고 하는 게 맞을것이다. 금오산은 인근의 천태산, 선암산, 구천산, 토곡산 등과 연결되어 있는데, 대체로 해발 600m이나 700m의 높이다. 특히 금정산, 달음산 등과 함께 부산 근교의 3대 암산이라고 불리는 선암산(매봉, 754m)과는 당고개(525m)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발 700m 이상 높이로 연결되어 있어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걷을만하다. 정상이 3~4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자태가 당당하다. 정상에서는 낙동강 철교와 무척산·천태산·만어산·토곡산 등과 안태호·천태호 등 인공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 양산의 금오산 정상에선 낙동강 철교와 무척산·천태산·만어산·토곡산 등과 안태호·천태호 등 인공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 양산의 금오산 정상에선 낙동강 철교와 무척산·천태산·만어산·토곡산 등과 안태호·천태호 등 인공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2.

양산 금오산 산행은 올초에 했다. 출발지는 어영마을이다. 어영마을은 양산의 하늘 아래 첫 동네로 통하는데, 금오산으로 둘러싸인 영포마을의 서북쪽 산속에 위치하며, 밀양과 경계를 이루는 마을이다. 옛날에는 대나무 1000냥, 배 1000냥, 닥나무 1000냥으로 총 3000냥이라 하여 ‘삼천냥마을’이라 불렀는데 인근에서는 가장 부자마을로 통했다. 어영마을을 대표했던 한지는 196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추었고, 한때 대나무 산지로도 유명했으나, 지금은 그저 오지마을일 뿐이다. ‘어영(魚泳)’이라는 이름은 물고기가 헤엄치고 논다는 뜻으로 이곳에 들어온 물고기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 먹고 자고 놀아도 부족함이 없이 풍족하고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어영마을은 금오산과 매봉을 좌우로 두고 있어 안에서 보면 밖으로 나가는 입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호리병의 지형을 이룬다. 이같은 지형은 어영마을이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하여 김녕김씨(金寧金氏)와 김해김씨가 정착하면서 형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 길목 양쪽에 각각 바위가 서 있는데, 마을 방향에서 좌측에 있는 바위를 붓돌바위, 우측에 있는 바위를 두꺼비바위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이 바위들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있다. 붓돌바위는 이 바위를 이용하여 담뱃불을 일으키는 등 오래도록 부싯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사람들이 도로를 넓히기 위해 바위를 깨부수다 주민의 반발로 지금의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3.

어영마을 회관에 주차를 하고 출발했다. 산행 경로는 ‘어영마을회관-백림사 갈림길-대나무 밭 삼거리-백림사-파란물통사거리-앞고개-숭촌고개 갈림길 이정표-693봉 앞 전망대-암릉 우회-금오산 정상-약수암 표지석 갈림길(임도)-당고개 밑 갈림길-원동기도원-어영마을회관’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금오산 산행 경로 중 가장 짧은 코스로 전체 산행거리는 약 6km이며, 산행 시간은 보통 사람 산행 속도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이다. 거리는 짧아도 암릉구간의 어려움과 능선길에서 만나는 멋진 풍경 등이 있어 여유롭게 산행하면서도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에 좋다. 마을 회관 앞에서 서북쪽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금오산 정상이다.

어영천에 걸린 작은 다리를 건너고 대나무 군락지 사이로 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오르막을 넘으면 이내 무덤이 있는 갈림길, 어느 쪽으로 가나 모두 앞고개로 간다. 앞고개까지의 산길은 어영마을에서 삼랑진 장터를 찾아 소를 몰고 오르내린 옛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40여 분 정도 걸으면 앞고개에 난 임도와 마주한다. 숭촌고개를 넘어 삼랑진 안촌마을로 가는 길이다. 길을 버리고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오른다. 곧이어 금오산 산행에서 가장 급경사 구간이 나온다. 거리는 짧아도 쉽지 않은 길이여서 체력에 맞게 쉬엄쉬엄 올라야 한다. 오르막을 다 오르면 여기부터는 능선길 따라 주변 전망들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바위전망대이다. 전망은 최고지만, 낭떨어지 위 좁은 장소라서 간이 콩알만하게 되기 쉬운 곳이다. 정상을 향해 능선 바위를 타고 가다보면 거대한 암릉군을 만나게 된다. 암릉을 오르는 길은 위험하므로 웬만하면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을 택한다. 오른쪽으로 바위를 돌아 다시 능선에 오르면 정상이 바로 앞이다.

드디어 금오산 정상, 인근의 천태산, 토곡산, 신선봉, 축천산, 천마산, 염수봉,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천황산, 향로봉, 정각산, 종남산, 만어산 등이 줄이어 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 어영마을이 보인다. 어영마을을 감싸고 있는 매봉이 이름처럼 날카롭다. 하산은 매봉 방향으로 내려 간다. 길이 매우 가팔라서 조심해야 한다. 한참을 내려가면 이윽고 만나는 약수암 표지석, 매봉으로 향하다가 당고개 밑 갈리길에서 오른쪽으로 어영마을로 향한다. 옛날에 어영마을 사람들이 밀양시 단장면 국전리로 넘어가던 옛길이다. 다랭이 논들이 있는데, 오래도록 묵혀놓은 모습이다.

▲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 어리버리산악회 회장
▲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 어리버리산악회 회장

4.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다. 내가 사는 인근에도 산이 많다. 가본 산보다는 가보지 못한 산이 훨씬 많다. 우리는 늘 널리 알려진 산을 찾고 익숙한 산을 찾는다. 가끔은 가보지 못한 내 주변의 산들을 찾아보자. 낮선 산들을 함부로 가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위험에 대비하고 가면 새로운 것을 만나고 느낄 수 있다. 보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 곁에 있다. 적당한 모험은 삶의 활력소이다 .이제부터라도 높은 곳 먼 곳 유명한 곳만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산행하는 즐거움을 찾아보자.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 어리버리산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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