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4월 22대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치권의 공천관리위 구성 등 본격 심사 작업 시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5~6개월 밖에 남지 않는 가파른 시점이다. 내년 총선에서 연임 의지를 굳힌 현역 의원들은 막강한 홍보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스팔트길’을 질주하는 모양새다. 반면 원외 도전자들은 선거자금 마련을 비롯해 홍보전략 등 확연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울산지역 원외 도전자는 여야를 합쳐 대략 5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의 선거준비 현주소와 개선책을 짚어본다.
“제발 언론에 한줄이라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여름에도 울산지역 원외 도전자들은 좀처럼 뜨지 않는 여론의 현실 앞에서 자신에 대한 부고(訃告)만을 제외하곤 언론에 노출되기를 기대한다. 원외주자는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외엔 골목상권에서부터 크고 작은 행사장에 이르기까지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알아주는 사람 없는 ‘고난의 길’ 앞에서 현역 의원의 보이지 않는 견제까지 작동해 ‘두더지 작전’을 감행하고 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은 9명의 보좌진이 매일 생산하는 ‘의도된 보도자료’를 통해 신문·방송에 도배되다시피하고 있다. 때문에 원외주자는 현역과의 홍보전쟁에선 사실상 9대1의 수준에도 못미친다.
◇피말리는 홍보전
현역 의원 동선의 경우 지역 언론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실린다. 지역사무국의 의원 간담회에서부터 국비 확보 및 현안회의는 물론이고 심지어 주민들의 국회 견학과 의원들의 ‘짤막한 워딩’까지 언론에 노출된다. 선거가 없는 평상시와 달리 선거를 1년여 앞둔 해 부터는 의원실 보좌진들은 ‘1일 1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왔다. 국회 주변에선 “보좌진의 실력은 보도자료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라고 할 만큼 언론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원외 도전자들의 언론 노출빈도는 시쳇말로 ‘부고’ 외엔 신문·방송에 나오지 않을 만큼 한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정책연구소 개소식 홍보는 물론 공개 토론회 개최도 선거법 등의 제한으로 불가능하다. 사실상 ‘눈도장’을 찍는 것 외엔 특별한 방도가 없는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원외 주자들은 개별적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누비며 주민들과 악수하는 방식 등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더욱이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장에선 공개적 인사조차 마음놓고 못한다. 참석 주민들은 현역 의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원외 주자들과 거리를 둬 도전자들은 자연스레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 원외 도전자는 “행사장에서는 현역 의원이 도착하자마자 주민들이 눈치를 보면서 (나를)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게 한두번 아니다”면서 “현역 의원들을 뛰어넘기란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다.
◇원외주자들 여론전 해법은 없나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단기필마’로 기라성과도 같은 현역 의원, 전직 시장과 국회부의장 등을 제치고 울산시장에 당선된 민선8기 김두겸 시장의 독특하고도 전략적인 성공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총선 도전에 실패한 후 8년동안‘권토중래’해 시장에 입성한 김 시장은 지방선거 1년 전인 2021년 6월초 ‘나홀로’ 출마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지방선거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시점으로, 정치권 일각에선 ‘생뚱맞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직후부터 종횡무진 뛰었고, 지역의 각종 민원을 ‘핫 이슈’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의 울산 혁신도시 백화점 건립 약속 불이행 1인 시위다. 때문에 언론도 외면할 수 없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여론전문가는 “원외 도전자의 활동을 제약한 현행 선거법은 현역 의원들의 ‘갑질’로 개정이 막혀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뚫어 여론을 관통하는 기술은 오직 개별전략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