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슬기로운 교사생활-학생과의 대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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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슬기로운 교사생활-학생과의 대화편
  • 경상일보
  • 승인 2023.09.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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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단아 울산 화암초등학교 교사

최근 교권과 관련된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 한 명 한 명의 작은 노력이 큰 힘이 되고 있으며 많은 학부모와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또한, 주변 지인들의 안부 인사도 종종 듣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이런 무거운 주제의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대신 교사들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조금은 가볍고 밝은 주제의 이야기를 쓰려한다.

본교는 공사로 인해 다소 긴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필자는 흔히 불리는 ‘참교사’는 아니기에 다양한 연수(영어 심화, 생존 수영 등)에 참여하며 몸과 마음의 쉼을 가질 수 있는 방학 생활을 보냈다. 다가오는 개학이 싫을 만큼….

그러다 개학 날이 되었고 아침 출근길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 여기가 내가 있는 곳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28명의 눈빛이 나를 바라보는 순간 말문이 잠시 막히는 듯했지만, 곧바로 아이들과 지난 방학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순간이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다. 아이들과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며 떠드는 시간. 아이들은 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어른들은 부족하다. 어른들은 늘 자신이 옳고 자기 생각을 아이들에게 전하려 한다. 물론 해가 되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마냥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같은 어른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로서 고학년 여학생들과 친한 필자만의 ‘TIP’이 생겼다. 종종 남학생들 몰래 여자들만의 이야기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실 남학생들은 혼이 나도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작다. 친구들과 싸워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여학생들보다 사춘기가 늦기도 하고 조금은 감정 기복이 작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학창 시절을 겪었기에 이러한 특성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여학생들은 사실 굉장히 예민하며 친구 관계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학생들과 함께 비밀을 공유하며 우리만의 비밀이야기의 만드는 과정은 학생들과 ‘내포’(다른 사람과 마음 또는 관계를 공유함)를 형성하기에 굉장히 좋은 시간이 된다.

이렇게 한번 ‘내포’를 형성하고 나면 아이들의 생활지도가 훨씬 편해진다. 감정이 상하는 일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교사의 말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듣게 되며 속에 있는 고민을 털어놓으려 찾아오는 일도 생긴다. 1년을 함께 지내며 서로 정을 쌓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부모는 담임교사라고. 많은 선생님이 일선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학생들을 보호하며 교육에 힘쓰고 계실 것이다. 이러한 교사들을 조금 더 믿어주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신단아 울산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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