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에 찾은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태화강변. 굴삭기 한 대가 쉴 새 없이 강 주변에 있는 자갈을 다른 쪽으로 옮기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발주로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와 올 여름 내습한 태풍 ‘카눈’으로 인해 하천변 지반과 옹벽 등이 파손된 것과 관련한 응급 복구공사다. 지난달부터 시작해 현재 마무리 단계다.
문제는 이 공사를 하면서 이 곳에 있는 4족 보행 조각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일부를 업체측이 자갈로 덮었다는 것이다.
입암 4족 보행 공룡발자국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입암리 1141-31 하천변 일원에서 지질 조사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것으로, 현재 울산시에서 자전거길 쪽에 안내간판을 설치해놓았다.
특히 입암 4족 보행 공룡발자국은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앞발이 함께 발견된 4족 보행 조각류 발자국이라는 점과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고성의 4족 보행 조각류 발자국보다 더 오래된 지층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이수우 토민금석학연구소장은 “3년 전 왔을 때는 강물 쪽으로도 발자국이 여러 개 있었고, 찍은 사진도 보관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자갈로 덮여서 보이지 않는다. 최소 6~10개 가량의 발자국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안내간판 아래 강변 쪽에는 공룡발자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 쪽은(강물이 있는 아래 쪽)은 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룡발자국이 있는 게 맞다면 울산시와 논의해 자갈을 다시 걷는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울산시 등 지자체의 보호대책과 관리 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이렇게 허술하게 방치되는 것은 지자체의 문화재 관리 허점 뿐 아니라 안일한 보호정책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안내 간판 아래쪽에 있는 4족 보행 조각류 공룡발자국은 문화재청에서 조사 후 확인이 되었으나 이 곳의 발자국은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며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자갈로 덮는게 맞고, 관리 및 보호 측면에서는 자갈을 걷어야 하는게 맞아서 방안을 고민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는 천전리와 선바위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국수천 습곡, 간월재, 대왕암 해안 등 지역 명소에 대해 ‘국가지질공원’ 인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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